평일강론

연중 제25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나해) 루카 9,23-28; ’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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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9-15 ㅣ No.4782

연중 제25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나해) 루카 9,23-28; ’21/09/19 유동철 리노 부주임 신부님 강론

 

 

 

 

 

 

 

찬미 예수님!

 

오늘 우리는 대축일 경축 이동을 통하여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들 잘 아시다시피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스스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는 유교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 사회 안에서 많은 어려움과 박해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고, 목숨을 바쳐 그 믿음을 굳건히 지켜 나가셨습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순교의 피로 우리에게 신앙의 길을 열어 주셨고, 지금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순교 신앙을 본받아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려고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피를 흘리는 순교는 없지만,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 땀과 희생의 순교는 요청됩니다. 한두 번 순교하는 마음으로 참고 살 수는 있지만, ‘날마다십자가를 지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리고 우리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피의 순교를 묵상하면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제로서 주님께서 이끄시는 구원의 길을 따르기 위해 선교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년간의 시간이었지만, 아주 보람되고, 주님의 은총 안에서 소중한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제가 경험했던 이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간략하게 사진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잠시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사실 사진을 제가 찍어야 해서 제가 나온 사진도 많지 않고,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사진이 많지도 않지만, 그래서 이 짧은 영상으로 저의 6년간의 삶을 다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영상을 만들면서 저 역시 지난 선교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생김새의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괜히 그들이 저에게 해꼬지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어 공부를 하고, 1년 동안 현지인 신자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과테말라 사람들이 참 착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즉 생김새의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은 제 편견이었던 것이죠.

 

또한 언어 공부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저는 언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스페인어 배우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어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6개월 간 과테말라 신부님과 살면서 사목 실습을 했습니다.

 

사목 실습 이 후 과테말라 대교구로부터 정식 발령을 받아 약 4년 반 동안, 자난6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San Lorenzo el Cubo 라는 성당에서 지냈습니다. , 사진에서 보신 교우들이 모두 그 성당 교우들입니다. 사실 이 성당은 본당은 아닙니다. 청주교구 신부님이 주임신부님으로 계신 성당의 공소입니다. 하지만, 제가 모든 책임, 재정적인 부분, 성사적인 부분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제가 다 책임을 갖고 신자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과테말라는 1820년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군부독재 시대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885년 그 당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던 단 한 명의 신부님만 빼고, 모든 신부님들을 내쫓았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스페인계 신부님이 많이 계셨는데, 독재를 하기에 있어서 그들이 장애물이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사제는 부족했고, 그래서 성사 생활을 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과테말라 신자들은 성사가 아닌, 준성사적인 부분에서 신앙을 간직해 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보신 것처럼, 그들은 스페인 지배 시대 때부터 해왔던, 행렬이라는 독특한 신앙 문화를 만들어냈고, 십자가의 길 또한 실제 예수님이 진짜 걸으셨던 것처럼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공동체는 특별히 공소였기에, 사제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짧았습니다. 그래서 미사나 다른 성사보다는 이 행렬이나, 성체 현시 등을 사제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준성사를 더 중요시하기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돈 문제도 걸려있었기 때문에, 몇몇 이들은 이 행사를 결코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성주간에, 성목요일에 주님 만찬 미사가 그리고 부활 성야 미사가 성 토요일 저녁 7시에 있었는데, 이 두 날에 5시부터 11시까지 행렬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성삼일 전례가, 성삼일 미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득도 해보고, 싸워도 보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5년 동안 마을, 성당 밖에서는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는 행렬을 했고, 그 행렬과는 따로 저녁 7시에 성당에서는 100명도 안 되는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그들 만의 전통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사실 좋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사람들은 나눔을 실천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살던 마을은 약 1950-60년대의 한국처럼 개나 고양이, 닭이나 오리, 심지어 돼지까지 마당에 놓아 길렀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닭이 알을 낳으면, 저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잔치를 할 때면, 초대해서 같이 춤도 추고, 기쁨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아까 사진에서 잠깐 보신 음식 사진이 잔치 음식입니다. 매우 소박하죠, , 고기 조금, 그리고 야채 샐러드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공유하고 음식을 나누며 그들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지난 2018,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직선 거리로 약 15키로미터 떨어져 있는 화산이 크게 폭발했습니다. 저는 그 때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성대히 봉헌하고, 성체 행렬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행렬 중에 화산재가 비처럼 내렸고, 제의는 검은 물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행사 후에 성체분배자들과 식사를 하는 도중, 화산에 가까운 본당의 본당 신부님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제가 있던 지역에는 한국의 농촌 네 이장이 말씀드립니다.‘라며 마을 방송을 하듯이 성당에서 마을 전체에 방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으로 이렇게 화산이 폭발해서 도움이 필요하다, 먹을 것이나, 약품들, 물 등의 도움을 받습니다.’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성당으로 물건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희 마을은 가난한 지역에 속했지만, 그래도 단 2-3 시간 만에, 트럭 8대 분량의 많은 물건들을 봉헌해 주셨고, 그 도움으로 화산 폭발로 고통받는 지역에 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은 6년 간의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저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삶 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 나의 주님, 그리고 부족하지만, 사제로서의 삶, 선교사로의 삶을 이끌어 주시는 그분의 섭리, 사랑과 자비를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주님께서는 제가 과테말라에서 과테말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셨고, 그 안에서 행복함을, 평화를, 그리고 사랑을 느끼고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 영적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이 선교사제로서의 시간은, 과테말라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참된 자녀들은 하느님의 도움에 힘입어 모든 것을 이겨내며, 그 어떤 것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그들을 떼어 놓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면서, 하느님에게 딱 붙어서, 그 사랑을 우리의 이웃에게 전해야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목숨을 바쳐서, 또 최양업 신부님이 온 삶을 바쳐서 하느님의 뜻을 우리에게 전해주셨듯이, 그리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이 자신을 버리고 용기를 갖고 목숨을 바쳐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셨듯이, 우리 역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이 사랑 안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땅끝까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살아가고 계신 모든 평신도 선교사들, 선교 수도자들, 그리고 선교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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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4&id=184266&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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