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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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0-25 ㅣ No.4829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21/11/05

 

이스라엘이 다 같이 모여 양을 치며 공동생활을 할 때에는 내가 벌어서 노인, 고아, 과부, 가난한 이들이 나누어 먹고 살았는데,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내 땅 내 소출 등의 사유재산제도가 생긴 다음에는 너와 내가 더 이상 가족이 아니고 남이 되었으며 노인과 고아, 과부와 가난한 이들은 소외되기 시작했음을 유다 역사 안에서 바라보며, 예언자들의 눈을 통해 씁쓸해하시고 아파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불의한 집사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어떤 부자가 자기가 데리고 있는 집사가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해고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집사는 자신이 쫓겨난 후의 삶을 위해 주인에게 빚진 이들을 불러, 그들에게 빚을 탕감을 해주는 대신 그 탕감하는 액수의 일부를 자신에게 갚도록 가짜서류를 만듭니다. 이를 알아차린 주인은 그 집사가 영리하게 대처하였다고 칭찬을 해 줍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루카 16,8)

 

예수님의 비유는 조금 아리송합니다. 벌을 주어도 마땅치 않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는 모습이 어쩐지 석연치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인은 불의한 집사가 또 다른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해고 이후의 자기 삶을 준비한 것에 대해 칭찬한 것이지, 불의한 집사의 불의한 행동을 칭찬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인 우리도 불의한 집사인지 모릅니다. 성실하고 착하게 복음만을 전하고 살아내는 대신에 예수님을 모시고 산다는 자체로 어딘가 내 삶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예수님을 믿고 산다는 자체로 내 몸이 건강하고 우리 집이 평안하기를 기대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세상을 구하고자 하시는데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 주신 은총을 우리 자신을 우선 쓰려고 하고, 무엇보다 하느님 은총의 수혜자를 우리 자신과 가정, 일가친척과 친지들에게 국한하며, 우리 자신에게 현세적이고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찾고 또 선택하면서 불의한 집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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