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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음에 자꾸 미워하는 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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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15.86.147.*]

2014-08-10 ㅣ No.10677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는 지금 48세주부이며 4년전 세례를 받았으나 지금은 냉담중입니다.

맏며느리라는 이름으로 22년을 살아왔고 그 과정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1년전에 오랫동안 병으로 앓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가정형편은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서 저는 맏며느리가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썩 내켜하시지 않았으며 저도 사실 두려운 마음이 있었긴 하였지만 그 당시 남편의 가정상황이 너무 힘들었고  나에게서 유일한 위로를 찾는 듯하였기에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내가 이사람을 챙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결혼생활은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남편은 물론이고 시아버님, 남편의 다섯 형제의 마음은 너무나 사막과 같았고

저 또한 그속에서 함께 뒤엉키며 전투적인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당시 저는 직장생활 초임이었으며 결혼 3개월만에 임신을 하였습니다.

남편과 7살 차이가 나는 터라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저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정에서 김치 한번 담아보지 않았던 저였지만 임신으로 심한 입덧상태였음에도 김장김치를 담아야 했고, 주말이면 술로

쩌들어 혼자 지내는 아버님을 방문하여 살림살이를 챙겨야 했으며 명절마다 맏며느리 역할을 치러내야 했습니다. 모든 상황이 넘 힘들게 여겨졌지만 가부장적사회에서 여자로서의 삶이 내면화되어 있던 저는 그냥 견디며 이겨내고 감내해야 될 걸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힘들었고 울분을 토했으며 억울하게 생각했기때문에 남편과 무진장 싸우며 견뎌온 시간들이었습니다.

남편은 외적으로 보면 굉장히 착실하고 가정적이며 누구보다도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살림살이는 전혀 몸에 베어있지 않은 사람인데다가 맏이로써의 막중한 책임감과 자존심은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에 추진력 제로 상황판단력 제로인, 함께 사는 여자에게는 가장으로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능한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버님이 살아계실때는 모든 결정들을 아버님에게 미루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현재는 맏이로서의 책임감만 있지 맏이로서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맏이로서의 의무만 있을 뿐이지 가족들 누구도 그 권리를 인정하거나 챙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여 계속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결국엔 남편을 중심으로 한 가족 모두가  다 싫어졌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화가 올해 설 명절날 표출되면서  명절이 엉망으로 치러졌고 저를 중심으로한 가족관계는 큰 틈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저는 결혼22년의 삶을 곱씹어 보게 되면서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게 됩니다.

내가 너무 무지해서, 순진해서 견뎌온 듯한 기분이며 나에게 맏며느리로서의 의무만 요구했지 변변히 인격적인 대우도 인정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고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낍니다.

또한 맏이로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으면서 형제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한심하고 한편으로 측은하고 불쌍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더이상 남편의 그 책임을 제가 함께 떠 안고 싶지 않은 마음 뿐입니다.

이젠 서로의 가정이 있으니 당신이 굳이 모든 걸 떠안지 않아도 되며 당신의 그런 애틋한 마음을 그들은 알지 도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남편은 여전히 판단력이 떨어집니다.

그럴수록 저는 남편을 비롯해서 그의 형제들이 더 미워집니다. 


그동안 저는 여성학, 사회복지학, 상담등을 공부하여 나름 가치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대인관계는 통찰력과 수용하는 자세로 타인을 잘 이해합니다. 때론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적절함도 유지할 줄 압니다.

그러기에 요즘 제 마음이 온통 미움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더 싫고 괴롭게 여겨집니다.

그러나 남편과 그의 형제들에 대한 너그러움은 생기지 않습니다.

최근 일주일동안은 한 집에 살고 있긴 하지만 완전히 단절하고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마음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일찍 다가도는 추석명절과 그 전전날 치러야 하는 시어머님 제사로 인해 맘이 더 무겁습니다.

22년동안 추석명절전에 시어머님제사가 있는 관계로 거의 일주일을 명절을 치르며 살았습니다.

현재 저의 계획은 서둘러 제삿상 준비만 해놓고 저는 자리를 비우고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교통혼잡으로 여러모로 이동이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맘 먹고 실행해 보려 합니다.


이런 최근 저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다스려야할지....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해결점이 보일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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