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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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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0.232.132.*]

2007-10-28 ㅣ No.5921

우울증이 있습니다 .  정말 지금의 저같은 사람도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상태에 따라 필요하면 병원치료를 받는 것도 좋겠지만 제 경우엔 병원치료라고 해봤자 의사와의 상담도 형식적이기 쉽고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기 때문에 약을 받아오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뭐한 표현으로 바닥이 빤한 곳에서 쓸데없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도 않고 , 불면증과 수면과다가 반복되는 것과 신체화 장애 증상이 있긴 해도 본래 낙천적인 면이 있어 그런지 아직은 병원까지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
 
또 우울감의 근본적인 이유가 종교적인 갈등과 혼란 ,  생활의 문제 ,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신앙과 사람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경험이 있어 잔인할 만큼 진저리가 나는 이 우울감과 비감을 떨어낼 통로를 못찾고 있습니다
진심에서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아님에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신앙으로라도 돌이키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지경입니다 .
믿을 수 없게 된 사람이 믿음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발상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 부분을 외면하고서는 근본적으로 제 문제의 고통을 벗어날 수도 , 제 자신을 진실로 대면할 용기도 없습니다 .
 
제가 부정한다고 하느님의 존재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이 선하다는 확신을 다시 갖는 일이 .. 힘듭니다 
끝까지 악한 하느님만으로라도 그분을 규정하고 정의내릴 수 있다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겠습니다 .
제대로 된 신관이란 것이 어디서 생겨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과 악이 혼재한 세상과 인간의 내면만큼이나 무질서한 하느님에 대한 인상에서 길을 찾을 수가 없어 괴롭습니다 . 
 
사람들은 어려움이나 고통에서 하느님의 진정한 모습이 혹여 잔인하고 치졸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 합니다 .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존재하는 신이 사실은 그렇듯 잔인한 것이 아닐까로 자신의 고통만큼 고민하고 회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  
저 역시 반복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 
교회가 강조해 온 것처럼 정말 하느님은 선한기만 존재인지 ,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에 허락된 애초의 악도 실은 그 하느님의 숨겨진 이면은 아닌건지  ,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양면도 스스로가 모순일 수 밖에 없는 신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건 아니었을까도 싶습니다 .
 
그래서 어쩌면 창조자체가 신으로서 자신의 절대성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실험한 자기정의의 구현과정이 아닐까도 싶고  이 세상의 선한 것과 악한 것 ,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의 총체로서의 결국이 신 자신에 대한 실험과 평가로써의 고통이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 
창조의 원천이 하느님 자신이었으니 이 세상의 신음은 그렇게 창조로 피조의 고통이 된 ' 스스로 존재하는 ' 자기 실험의 통증일지도 모르고 ,  이 세상의 모든 현상과 이치 ,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창조 세계안에 질서 지워지고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완성의 실험이고 정의를 위한 정리일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창조를 거쳐 구체화된 자신의 본질에서 그러한 무질서로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이유와 정의를 정리할 필요가 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까지 합니다 .
하느님 당신이 그런 무질서한 자신으로 인해 온전한 신뢰를 줄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단 생각입니다 .
단순히 ,  하느님이 온전히 선한 존재이기 위해서라도 애초 의도된 악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기인한 것 뿐입니다 .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란 말이 있듯이 세상엔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많은 여백이 존재하는 한 , 결국 모든 건 개개인의 믿음으로 실재가  되는 것도 사실이고 ,  지금처럼 그동안 가져온 하느님의 상이 무너졌을 때마저 내 자유의지로 신앙을 선택할 때가 간증이 있는 신자로서 실제적이고 개별적인 하느님과의 진정한 관계를 갖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듭니다 . 
신앙이 마술이 아닌 한 ,  제 일상의 어려움의 해결을 위해서만 ,  혹은 더 나은 물질적 축복을 위한 기복신앙적인 자세를 가져본 적 없었고 종교적인 감흥만을 쫓는 맹목에 어두워지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 아닌만큼 신앙으로 제 삶의 문제를 변명할 생각도 물론 없습니다 .  하지만 정작 신앙으로 가장 큰 힘이 필요했을 때 ,  그래서 마음으로는 가슴에 피가 맺히도록 하느님으로부터의 확신이 필요했을 때 ..,  그간의 느껴오던 하느님의 존재감마저 잃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
 
그런 경험 이후부터 환경과 관계에서 시작된 마음의 병이 더 깊어졌고 이젠 그 병 자체만으로도 다른 모든 이유를 묻어버릴 만큼 순간순간 괴롭고 징그럽습니다 .
사람이 고통을 느낀다고 매순간 그 고통의 지배를 받는다면 이미 살아있을 수 없겠지만 ,  그렇게 잊은 듯하다가도 한 번씩 반복되는 경우엔 정말 제 자신이 송두리째 파열되는 아픔이 있습니다 .
그리고 그 아픔의 끝이 제 처지나 상황이 아닌 신앙이란 걸 확인할 때마다 너무도 참담해집니다 .  
 
하느님으로 온 세상이 충만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 때의 모든 것이 그저 종교가 가진 자기위안의 최면으로 정리될 때의 마음이 ...  너무나 허무하고 공허해서 더 이상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
이미 세상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고 수없이 움직이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 한 복판에서도 아무런 생명력을 느끼지 못할 때도 오랩니다 .
살기 위해서 신앙을 회복하든지 우울증을 극복하든지 해야하는데 이 두가지가 절대로 이분될 수 없는 것이 제 지옥의 원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렇게 공개적으로 개인 문제를 털어놓는 일도 사실 최근입니다 .  상처에서 신앙을 가진 만큼 ,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사람사이에서 마음을 공유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소통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
너무 상처에 묶인 폐쇄적인 신앙을 가져온 탓에 도리어 하느님만으로 제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고 만족하려던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상처에서 시작된 신앙이 상처로 무너졌던 체험이 아직도 아프지만 다른 어느 곳이 아닌 신앙인들의 조언을 구하는 제 자신을 보며 은혜였을지도 모를 이전의 체험들이 아직은 모두 소멸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
 
이렇게까지 길어질 글은 아니었는데 ..,  실은 지금 제 주변에 충고나 도움을 주실 분이 안계십니다 .
해외인 것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없습니다 .
긴 글을 읽으시면서 느끼시겠지만 아직도 종잡을 수없는 생각과 마음으로 애초 뭘 묻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만 ,  이런 제 자신을 오픈한 그 상태에서 도움을 얻고 싶었나 봅니다 .
인생과 신앙의 연륜이 있으신 좋은 분들의 조언을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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