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식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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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3-03-14 ㅣ No.11087

1988년 9월....

고려대학교 뒷산(개운산)에서 군대말년을 떨어지는 낙엽을

피해가며 조용히 숨만쉬고 있는데 강군이 면회왔다. 

8사단(하도 걸어서 발사단이라함)소속인 강군은 무척 고생한듯

입술마저 부르텄다.

"어메!훈련이 얼마나 빡세길래..이리 맛이갔노??"

"여기는 우리와 비교할때 부대도 아닙니다!!"

"그래도 국방부시계는 꼬박꼬박 잘가!비록 당나라부대지만..

 밥묵자!!너에게 딱 맞는 식당있다!" 

돈암동 판자촌을 거쳐 성신여대앞의 라면전문점 누들누들로

향했는데 가게 앞의 프랭카드가 어지럽게 펄럭였다.

-10그릇이상 먹으면 상대방 식사까지도 전부 공짜!!-

 

처음 2그릇을 가볍게 해치운 강군은 5그릇까지 무난하게 진도를

뽑았으나 이상하게도 먹는 속도가 더디는등 예전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너 왜그래?이런 적 없쟎아!!"

"집에서 삶은 계란 한판을 먹고 왔더니..."

"이런 빙신이 있나? 진작 얘기를 해야제!!!"

8그릇까지는 근근히 먹었으나 9그릇부터는 더이상 들어가지 않는듯

내눈치마저 살피며 연신 물을 들이켰다.

"아가씨 여기 됐음더!!!계산하이소!!"

10000원이라는 거금을 낸후 누들누들때문에 너덜너덜해진 내 주머니

사정에 쪼까 골이났고 강군은 무슨 죄인인양 눈만 껌뻑거린채

미아리고개를 졸졸 쫒아왔다.

"정다방가서 커피나 한잔하자!!!"

"지가 낼께요!!"

"됐어 임마!!손님인데..양푼으로 시킬까??"

"에이!형님두!!"

"푸하하하하!!"

한번 웃었더니 방금전 날아간 돈이 주머니에 되돌아온듯 기분이 싹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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