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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처럼 타오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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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수 [changjuys] 쪽지 캡슐

2013-02-03 ㅣ No.11066

촛불처럼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 오늘이 주님공헌축일입니다.  초를 축성하는 날이라고만 알았습니다. 그 의미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초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몸을 살라 불을 밝힙니다. 뜨거운 불이 녹인 농축된 물을 안고 불꽃을 더 크게 비춥니다. 간혹 넘치는 촛물은 눈물처럼 얽혀 갑니다. 이 보다 희생의 모습을 잘 나타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프다고 소리침도 없고 떠내려간다고 소리치는 일도 없고 어둠을 밝히며 더 더욱 불꽃만 크게 잘 타들어 갑니다. 

 촛불이 탈 때는 어둠을 쫓고 새벽을 열어줍니다. 마음의 어둠도 함께 쫓아냅니다. 언제 내 몸이 이렇게 타 볼 수 있을까? 믿는다는 말만으로 불타오르지 못하고 머뭇꺼리고 있는 모습은 자신이 없다. 나를 내 놓을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머문다.
 
 순교성인들은 자기를 촛불처럼 태워 하늘에 올랐다. 골방에 들어선 이 한 몸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할 때 눈물 콧물이 함께 줄줄 흘려내리는 것을 경험한 바가 있다. 촛불은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주고 그 힘은 마음을 태우는 것을 허락한다.  어둠이 어둠이 아니라 마음의 갈등이다. 이 갈등들이 씻기고 타고 뜨거운 마음의 열기 속에서 하늘로 상승하는 에네지를 발산한다.

 묵묵히 타자. 말이 필요 없다. 어둠을 밝히고 마음을 밝히고 희생 봉사의 정신으로 사회를 밝히고 이웃을 밝히는 힘의 근원으로 발돋음 하게 하소서.  
 초 축성의 날 미사에 참석하고 새로운 느낌을 떠올린다. 촛불처럼 타오르게 하소서.

 믿음, 희생과 봉사로 자신을 태워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영혼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촛불처럼 뜨겁게 빛날 때, 비로소 이런 참 믿음의 뜻을 깨달아 맛 좋은 일용할 양식을 얻을 것이다.

 영광된 삶의 근원은 촛불처럼 타면서 그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일이다. 미력하나마 이 한 몸 받아주소서. 아멘.

20130202 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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