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내가 만난 김수환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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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판임 [innuit] 쪽지 캡슐

2009-02-19 ㅣ No.794

(퍼옴)
 
 
내가 만난 김수환 추기경님

김수환 추기경님을 나는 생전에 한번도 뵌 적이 없다. 엊그제 선종하셨으니 이제 뵐 희망도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수형중에 영치금을 건네 받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직접 격려를 받기도 하고...., 김추기경님이 선종하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김추기경님과의 인연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김추기경님과 친분을 나눈 그 많은 분들은 생애 중에 큰 영광을 입었으니 지금 더욱 슬프리라. 하지만 한번도 가까이서 뵌 적이 없는 나이지만 요 며칠 나도 슬픔 중에 있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전두환이 등장하던 12.12사태가 일어났던 때였을 것이다. 김추기경님은 로마를 방문중이셨다. 아마도 가톨릭 행사로 바티칸 시티를 방문중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라가 흔들리고 있어 나는 불안이 극도로 심해 있었다. 거리에 나가 아무라도 붙들고 우리나라를 평안케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조간신문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기사가 ‘로마발’로 났다. ‘모든 국민들은 자중자애하여 동요하지 말고 나라의 안전에 힘써 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한 말씀이 너무도 큰 위안이 되었다. 멀리 로마에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비는 김추기경님의 그 한 마디는 무지렁이 일개 국민의 한 사람에 불과했던 내게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격려와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나라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용기를 내어 ‘한 말씀’을 해주셨다. 위정자에게, 정치인에게, 학생들에게, 종교인들에게, 그리고 나 같은 무지렁이 국민에게.... 그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흔들리는 나라와 국민들에게 충고와 격려가 되었다. 그리고 김추기경님은 ‘하꼬방’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몸이 성치 않은 장애인들을 위해 늘 기도와 관심을 잊지 않으셨다. 항상 낮은 곳을 향한 김추기경님의 마음은 진정 나라와 민족의 큰 어른의 그것이었다. 뵙고 싶어도 뵈올 수 없게 된 김추기경님은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 것이다. 참 스승으로 살다 가신 김추기경님의 영전에 머리숙여 빈다. 하느님의 오른편에서 편히 지내십사고.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녕,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남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사고.

(목에 슬픔이 차 오른다. ....그런데 김추기경님은 앞못보는 이에게 각막을 내주고 가셨으니 천국에서 꽃 한송이도 못보시고 늘 우리나라만 생각하고 지내시지는 않을까.)


봄 춘: 천국에서 꽃 한송이도 못보시고..... 잘 가시오 추기경님!  -[02/1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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