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대림 제1주일(가해) 마태 24,37-44; ’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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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11-10 ㅣ No.5217

대림 제1주일(가해) 마태 24,37-44; ’22/11/27

 

 

  

 

 

 

우리 가톨릭교회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나의 전통으로,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하나의 조직체계와 하나의 복음과 하나의 교회법, 하나의 전승과 규범, 규정으로 이루어져 견고하고 확실한 교회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교리체계와 운영이 철학적 논리체계를 따르는 신학을 바탕으로 하기에 다소 삶의 매 순간과 서로 다른 상황에 일일이, 그것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견고하고 확실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신자들 각자에게는 거룩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가가기에는 다소 차디차고 엄격하며 융통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근대 포스터 모더니즘 사상 조류가 활발하게 진행될 무렵부터는 대규모 교회에 와서 미사 참례를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일관되어 왔던 신앙전통이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신자들이 교회를 찾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오 대륙 각 지역의 교회들이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교회에 조금 더 친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나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성당에 와서 미사 참례하고, 주모경을 화살기도로 바치고, 아침저녁 기도와 삼종기도, 묵주기도 그리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살아 있는 신앙을 살기에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신자들과 함께하시면서 신자들의 삶 안에 살아계심을 절절히 느끼고 생생히 살아가도록 하는 방안으로, 신자들이 복음을 토대로 한 교리 지식을 배우고 그 교리가 안내하는 실천 양식을 따르게 하기보다는, 신자들이 직접 복음을 읽도록 하자고 선택하셨습니다.

 

복음을 직접 읽으면서, 말씀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 삶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것인지 깨닫고 적용하도록 하자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사는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어떤 면이 예수님의 말씀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발견하고, 같은 면은 어떻게 발전시키고 다른 면은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 실천하여 적용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만들자고 새 교회의 정신을 정하였습니다.

 

1965년 전 세계 주교님들이 로마에 모여, 2차 비타칸 공의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공의회에서는 교회의 모습하느님 백성인 교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성령의 궁전인 교회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교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다 함께 그리스도 신자로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하느님 백성이며, 또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한 몸을 이루며, 교회는 또 주님의 성령께서 머무시는 성령의 궁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교회의 모형을 교계제도라는 사회조직의 형태를 갖춘 제도인 교회’, 주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성사인 교회’, 주님 말씀을 듣는 청취자인 교회’,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 ‘주님의 고난 받는 종인 교회’, 그리고 친교인 교회라고 선언했습니다.

 

특별히 친교인 교회모형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일치,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와 일치, 세계교회와 지역 교회 그리고 교구와 본당 사이의 친교와 일치, 교회 구성원 간의 친교와 일치를 친교 교회론의 원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교는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주요소입니다.

 

1985년 제2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 주교님들은 교회는 성사이다. , 하느님과 맺는 친교의 표징이고 도구이며, 또한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과 맺는 친교와 화해의 표징이며 도구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교를 가장 잘 표현하고 수립할 수 있는 교회의 형태를 소공동체로 삼았습니다. “만일 새로운 기초 공동체들이 진실로 교회와 일치하고 있다면, 그들은 친교의 진실한 표현이며 보다 항구한 친교의 건설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교회 삶의 커다란 희망의 원인이 될 것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와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를 거친 후 이 친교 교회론은 각 대륙에서 그 대륙별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교회에서는 기초 교회 공동체’(BCC[BEC]: Basic Christian [Ecclesia] Community)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교회서는 작은 그리스도교 공동체’(SCC: Small Christian Community)란 이름으로, 아시아 교회에서는 소공동체’(SCC)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주교회의에서는 아시아 소공동체의 영성을 다문화, 다종교 사회 안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조화의 영성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선포하셨습니다.

 

1993년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님은 교회의 외적 성장에 비해 교회 내적으로 복음 정신에 기초한 친교와 봉사의 공동체 모습을 상실했다는 현실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은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소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사목 정책을 선언하였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를 향한 소공동체 사목의 주안점을 말씀 중심의 친교 공동체’, ‘사회 복음화의 사명 실천으로 잡았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친교 교회론의 주제인 공동체들의 친교공동체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로 번역하고 소공동체 사목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역대 서울대교구장님들은 사목표어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로 잡으셨습니다. 교구장님들께서는 눈부신 경제 발전에 비해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었고,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인간보다 물질이 우선되는 그릇된 가치관이 도덕과 양심마저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자살이나 낙태의 증가, 배아 실험 등 생명파괴의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교회 역시 본당과 지역 간의 복음화의 차이가 심화되고, 미사 참례자 수의 감소, 청소년들의 소극적인 교회 참여 등으로 새로운 복음화에 직면하였다고 진단하십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인용하여, 새로운 복음화란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복음화를 의미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을 인용하여, “오로지 새로운 복음화만이 깊고 빛나는 신앙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의 실현을 위하여 긴요한 것은 이들 선진국이나 민족들의 교회 공동체 자체의 구조를 먼저 개선하여 그리스도화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구장님들께서는 아울러 교회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지만, 무엇보다도 교회 자신이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으로 자신을 복음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복음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해왔던 신앙생활로는 부족하다는 말입니까? 주님께서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는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좋은 활동을 많이 하고, 기적을 많이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부연설명 하십니다. 그리고는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24) 라고 확언하십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요한 14,23-24) 라고 하십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현대의 복음선교에서 복음 선교는 그리스도를 알리고 세례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17),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 데 있다.”(19)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6세는 또 우리의 삶과 전통 및 생활 관습을 아우르고 있는 문화의 복음화도 필요하다’(20) 라고 덧붙이십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복음화는 교회가 인간과 전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이며(2), “선교는 믿음의 문제이며 그리스도와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믿는 우리 믿음의 정확한 지표”(11)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선교를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선교,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복음화, 즉 재복음화로 나누었습니다(33).

 

그리고 선교 방법으로는 실천을 통한 증거와 부활하신 예수님의 복음 선포, 그리스도교적인 회개와 세례, 지역 교회 설립, 복음화의 힘인 기초 교회 공동체 육성, 복음과 민족 문화와의 융합, 다른 종교인들과의 대화, 양심 교육을 통한 인간 발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 등을 선교의 아홉 가지 방법으로 잡았습니다. 그 중 주교들과 주교회의들이 사목 활동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초 교회 공동체는 가정이나 그와 비슷한 한정된 환경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교리를 공부하고 인간과 교회 문제들을 공동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토론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들은 교회 안에서 활력의 표지이고 신자 양성과 복음화의 도구이며, ‘사랑의 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51)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 나누기 7단계를 비롯한 교구의 사목 정책이 운동처럼 활발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비신자들이나 사이비 종교인들처럼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자기를 드러내기를 꺼리며 익명으로 머무르려는 사람들이나 매 순간 새롭게 진솔하게 복음을 나누지 않거나 하루아침에 복음화되지 않는 세상과 자기 자신을 탓하며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의 말씀을 자기 자신의 삶에 거듭 적용하며, 하늘나라를 이루어나가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고 더 나은 방법이 나올 때까지는 교형자매들과 함께 복음을 통한 주 예수님을 만나고 모시며 살아가는 신앙생활에 충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혼자의 이해와 느낌만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회합과 모임에서 복음 나누기를 하면서, 서로의 나눔을 통해 주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와 함께하시며 그를 통해 드러내시는지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어떻게 주님께서 함께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이해와 그 체험에 대한 해석을 식별해 주고, 함께 활동하면서 하늘 나라를 이루기로 합시다.

 

오늘 교회력으로 2023년을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에, 우리에게 말씀으로 다시 오시는 주님을 뵈옵고, 형제자매들과 복음과 삶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참 기쁨과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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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9204&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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