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한번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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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경 [thadeus] 쪽지 캡슐

2000-10-26 ㅣ No.968

칠레 개구리의 탄생

 

  남부 칠레의 늪지에는 리노데르마르라는 작은 개구리가 살아갑니다.  산란기가 되면 이 작은 개구리의 암컷은 젤리에 쌓인 알을 낳습니다.

  그 순간 곁에 있던 수컷은 이 알들을 모두 삼켜버립니다.  물론 그것은 먹이처럼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수컷은 식도 부근에 있는 자신의 소리주머니 속에 그 알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입니다.  

  수컷은 그 알들이 자신의 소리주머니 속에서 성숙하도록, 기르는 동안 자신의 존재 이유이며 중요한 쾌락인 우는 일마저 포기합니다.  소리주머니 속에 있는 새끼들이 평온히 자라도록 하기 위해 아빠 개구리는 먹는 일마저 절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알들이 완전히 성숙해지지 않는 한 결코 입을 벌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어느날 알들이 완전히 성장했다고 판단되면 비로소 리노데르마르 개구리는 자신의 입을 벌려 마치 긴 하품을 하듯 새끼 개구리를 지상으로 내어 보냅니다.

  칠레 개구리의 이 놀랍고 처절한 생명에의 헌신.

  '헌신'이란 단어가 헌 신발작처럼 내팽개쳐지고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요즘, 우리들이 한번쯤 귀담아 들어 보아야 할 아름다운 얘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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