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정말 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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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lpkshh] 쪽지 캡슐

2009-12-25 ㅣ No.10398

안녕하세요?

저는 7살짜리 개구장이 아들을 둔 30대 후반의 평신도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난곡 성당에 교적을 두고 있진 않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자주 미사를 드리러 가곤 합니다.

다른 본당에 비해 신자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라 편안한 마음이 드는 난곡 본당을 좋아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오늘 성탄절 미사를 드리러 가서 너무 서운한 일을 겪고, 그동안의 좋았던 느낌이 한번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서운했습니다.

아들네미한테도 예수님 생일 축하하러 가자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는데 찬물을 아주 제대로 끼얹으시더라구요~

일의 발단은  자리가 없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참에 자리를 잡고 앉은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11시 미사를 드리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마지막 미사라 그런지 본당  유리문 밖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 와중에 어찌어찌 계단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7살짜리 저희 아들네미는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말에도 5분을 참지 못하고 소근소근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와 함께 미사 드리기 정말 힘듭니다. 아이도 나름대로 조용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직은 어린지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까지 말리려면 정말 아이를 데리고 오지 말던지 아니면 묶어 놓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일겁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의 목소리가 2층까지 올라갔는지 40대쯤 되어 보이는 안경쓴 성가대 남자분 한 분이 내려오시더라구요~  내려오시면서 위에까지 소리가 올라온다고 조용히 하라시길래 저도 깜짝 놀라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닫고 올라오시면서 또 조용히 하라시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네~ 하고 아이에게 조용히 하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분 저보고 나가랍니다. 시끄러우니까 나가라구요.

아니 아이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고 니가 떠들면 혼나니까 조용히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한테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성당 인심이랍니까? 것두 이 추운 겨울에 애 데리고 나가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나올 수 있는 건가요?

물론 미사가 경건하고 성스러운 의식이란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정말 그 자리에 계셨다면 저와 아이보고 시끄럽다고 나가라고 하셨을까요? 그렇게 조용히 성스럽게 미사를 보고 싶으면 아예 애들이 오지 않는 수도원에 가서 미사를 보시던가 집에서 혼자 미사를 보시는게 어떨까요? 성당 전세를 내서 미사를 드리시던지요~ 성당 미사는 모두가 어울려 하느님을 찬미하기에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 모두에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모태 신앙으로 줄곧 신앙생활 해왔구요, 대학 때는 주일학교 교사도 했습니다. 저에게 예수님은 삶 속에 늘 함께 계시는 분이었고, 제 아들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며 지금껏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러워 보기는 처음입니다.    

저희 아들 7살이나 먹었구요, 성당에서 소근거리기는 해도 크게 떠들정도로 분별없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이가 아무데서나 떠들게 내버려둘만큼 지각없는 부모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정말 서운합니다. 저와 아들네미가 한꺼번에 성당에서 거부당한 기분입니다.

그 경건하고, 성스러운 성가대 분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혼자서 거룩하게 미사 잘 드리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희는 미천하고 시끄러운 것들이라 거기에 끼지 못 하겠네요.

덕분에 정말 우울한 성탄절 됐습니다. 나중에 하느님 앞에 가서도 자랑하십시오. 제가 시끄러운 것들 조용히 시키고, 성당에서 내쫓았다구요~

참 잘했다 하실겁니다.

이상입니다.

너무 서운하고 속상해서 하는 하소연이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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