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2005년 운영평의회 야유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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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5-05-16 ㅣ No.4177

 

"당신의 순교는 붉은 핏물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아프도록 헤쳐놨고

우리의 골수에 애끓이 사무쳤다."

 

오전11시 30분즈음에 말로만 듣던 해미성지에 도착했다.

성지 정문에 모여 신부님주재하에 순교자들을 위한 기도를 한후

정문옆 ㄹ자 계단을 통하여 본격적인 성지순례에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채  아기예수를 안은

성모님상이 서있었고 그주위로 흰색과 분홍색의 무궁화가

활짝피워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성당건물 대형 원기둥에는 성지조성할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줬던

수많은 교우들의 명단이 적혀있었다.

양해명베드로 형제가 그명단을 검지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아래위로, 좌우로

세밀하게 흩어보고있었다.

"뭐하세요? 아는 교우분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혹시 내이름이 있나해서..."

.

성당내부로 들어가니 잔혹한 순교자들의 처형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졌고 

성지에서 출토된 그분들의 유골과 유품,이빨등이 잘 보관되있었다.

항상 밝은 표정을 지었던 고요한형제의 표정이 심각할정도로 일그러졌다.

매우 자주만난 형제님이지만 지금 이순간처럼  어두운적은 없었던것같다.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형제님의 모습이 너무도 경건하여 꼴까닥 넘어오는

침을 어거지로 쑤셔넣을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박해의 잔혹성에 매우 몸서리를쳤고 순교하면서까지 

버리지않았던 선조들의 그깊은 신앙심에 나도 모르게 경의를 표했다.

 

신자들의 두손을뒤로해서 묶은다음 그위에 바위를 얹어 물속으로 

수장시켰다는 진덤벙앞에 서서 물끄러미 말라붙은 냇가를 바라봤다.

담배를 끊은지 6년이 넘었건만 담배생각이 절로 날 정도로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응어리가 무겁게 맺히는 것 같았다.

억울하게 죽은 순교자들의 혼이 스르르 물가에서 올라와 주위를 맴도는것 같았다.

진덤벙주위로는 순교성인들의 박해장면이 돌판화로 양각되어있어 그분들의

눈물겹도록 애절한 신앙심과 숭고한 순교정신이 마음속에 빼곡히 스며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후 눈을 감고 두손모아 기도하였다.

"나의 작은기도가 그분들의 맘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있다면 천번아니 만번이라도

하겠습니다"

 

진덤벙 바로옆에 자그맣고 둥그런 돌로 둘러싸인 노천성당이 눈에 띄웠다.

예수님의 십자가 길이 사실적으로 앙징맞은(?) 돌에 잘 새겨져있어 옆의

높다랗게 세워진 진덤벙 돌판화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제대부터 신자들의 의자까지 모두 돌로 축조되었는데 어느것하나 소홀함이

없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담아 보였고 만드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묻어나는듯했다.

웬지 미사를 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주임신부님게서

멀리 순교자의 탑쪽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최동환 그레고리오형제는 순교자의 탑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지역이나 본당에서나 내가 본받고 싶을정도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이다.

그런분이 순교자들의 순교장면이나 현장,유품들을 보셨으니 적어도 나보다 느끼는

감회가 더 깊을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최그레고리오 형제는 봉헌초에 불을붙인다음 한참동안  고개숙여

기도드린다음 또다시 자리를 뜰줄모르고 서있는것이었다.

옆에 슬며시 다가가 봉헌초에 불을 붙이고 기도드린다음 그제서야  자리를 뜨려는

형제님의 팔을잡고  물었다.

"무슨기도를 그리 오래 하십니까?"

"기도는 무슨기도...나같은게 무슨  신자라고?"

"머시라!  형제님이 신자가 아니면 나는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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