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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도(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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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근표 [kphong] 쪽지 캡슐

2001-03-26 ㅣ No.1183

가톨릭신문에서 인용합니다.

 

“20년 기도덕분에 신부됐죠”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조영만 신부와 성글라라수녀원의 인연

 

 

조영만 신부(부산교구 안락본당). 성글라라 봉쇄 수녀원과 조신부의 우정의 시작은 2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성글라라 봉쇄수녀원은 82년 8월 한국 진출 후 수녀원을 짓느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산에 살던 초등학교 4년생 꼬마는 가톨릭신문을 읽던 중 ’은인을 구한다’B는 기사를 읽고는 몇 년간 모아온 저금통을 몽땅 털어 수녀원 건립기금으로 보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이신 성서말씀과 수녀님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글과 함께.

 

당시 수녀들은 수많은 은인들의 도움과 편지 중에서도 특히 이 아이의 글이 너무도 마음 깊이 와닿아 그 편지를 소중히 보관해왔다. 또 앞으로 본당신부의 뒤를 이어 사제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해가 여러번 바뀌는 가운데서도 수녀원의 기도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조영만 신부가 보낸 수녀원 건립기금은 새벽미사를 비롯해 매일 복사를 서면서 모은 용돈이었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연탄도 배달되지 않는 산기슭에서 살았지만, 미사 복사 서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했다.

 

"어릴 땐 집에서 용돈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본당신부님께서 새벽미사 복사를 서면 300원, 낮미사에 봉사하면 100원씩을 주셨습니다. 일년동안 각자의 이름이 쓰여진 산타클로스 저금통에 신부님께서 직접 용돈을 넣어 성탄 때면 주셨죠"

 

조신부는 수녀원 건립에 애쓸 수녀님들 모습에 갖고 싶던 가방이니 장난감이니 하는 것은 머리속에서 깡그리 지웠다. "어릴 때 집에는 밥은 없어도 가톨릭신문은 있었습니다. 신문을 읽고 수녀원 건립이 어렵다는데 가만히 있는 어른들이 참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덕분에 조신부의 형제들과 어머니도 함께 봉헌금을 보냈다.

 

올해 조영만 신부는 사제품을 받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미사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익산 성글라라 수녀원. 미사를 드리러 가기 전 조신부에겐 걱정거리가 생겼었다. "수녀원엔 한번밖엔 간 적이 없어 수녀님들이 날 기억하지 못하실텐데, 20년 전의 일을 어떻게 설명 한다지…". 그러나 이것도 쓸데없는 염려일 뿐이었다.

 

미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열차를 타고 이른 새벽 수녀원에 도착한 조신부가 벨을 누르고 "저는 부산의 조영만 신부인데…" 라고 입을 떼자마자 수녀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만나온 사람을 대하듯 반겨줬다.

 

어린 조신부를 기억하는 마리아 글라라 원장수녀와 안젤라 수녀는 "그 아이가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매일 기도를 함께했고, 몇 년 전부터는 조신부님의 사제서품 소식이 실릴까 해서 신문을 정말 열심히 봤다"며 "얼굴을 모르지만 며칠 전 신문에서 서품 소식을 보고는 모든 수녀님들이 큰 소리로 환호하며 기뻐했다" 고 말했다. 서로 얼굴도 알지 못했지만 늘 기도 속에서 함께한 이들은 아주 오랜 친구처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서품을 축하했다.

 

조신부는 어린 시절 자신이 쓴,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편지를 보고, 20여년간 이어진 수녀들의 기도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역시 자신의 성소는 수녀님들을 비롯한 여러 은인들의 기도 덕분" 이라며. 신학생 시절에 이곳 수녀원엘 한번 들른 적이 있다는 조신부는 "당시 성소의 길을 걷는데 많은 갈등을 겪고 있었지만 수녀님들을 뵙는 순간 차마 신학교를 나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많은 갈등을 느낄 때마다 수녀님들의 기도를 생각했다고. 그리고 자신의 힘이 아닌 그분들의 기도의 힘으로 하느님 뜻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공동체적으로 가난하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영성을 실천하는 글라라 수녀원, 어린 시절 가난과 희생으로 일생을 바친 프란치스코 성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11살의 꼬마와 기도 속에 이어진 20여년간 이어진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조신부는 "수녀님들의 기도가 사제들을 비롯해 세상구원에 큰 힘이 된다" 며 좬그분들의 기도는 방황하는 우리들이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단번에 세상을 바꿀 큰 힘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하느님과 우리의 버팀목이 돼주는 기도소리는 오늘도 나지막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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