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7주일 군인주일(가해) 마태 21,33-43;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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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9-30 ㅣ No.4402

연중 제27주일 군인주일(가해) 마태 21,33-43; ’20/10/04

 

 

 

어떤 분이 평소에 함께 잘 지내던 분들이 이번에 성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고 성전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색 성당 다니는 사람하고는 더 이상 안 놀아요.”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관계를 끊겠다는 선언을 듣고는 밤새 울고 지방에 있는 친지들에게로 이사가야겠다고 짐을 싸셨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직장에서 갑자기 보건소에 가서 검사받아야 한다고 하니까, 반응이 아주 안 좋아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더 이상 직장에 다닐 수 없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당분간 성당에 나가지 못하겠다는 토로를 들으며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신자들이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접하고 힘겨워한다는 호소와 토로를 들으면서, 사도 성 바오로가 테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을 깊이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다른 이에게 악을 악으로 갚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서로에게 좋고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늘 추구하십시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5-17)

 

사도 성 바오로의 말씀을 곱씹으면서,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을까?’

누구에게 무엇을 감사드려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피어났습니다.

 

첫째, 정부 당국에 감사드립니다.

처음에는 우리 성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 전신자를 검사하면 좋겠다는 소리를 듣고,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우리 성당 건물을 폐쇄하고, 언론을 통해 어딘지 모르게 종교계를 마치 코로나19 전염균을 발생시키고 확산시키는 사회의 문제아로 몰고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가 번창하는 듯한 이 시기에 나도 한 번 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우리 신자들을 다 검사해 주어서 감사드립니다.

 

 

둘째, 우리 교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8월말 두 주간 동안 미사에 참석하신 분들을 상대로 검사를 받으시라고 연락을 드렸는데, 어느 한 분 거부하지 않으시고 다 응하셨고, 무엇보다 그 때 은평 보건소에서 검사받으신 530분 모두 음성으로 나와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신자들이 정이 많고 친교가 깊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짐짓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8월말 두주간 동안 미사참례하셔서 검사받으신 분들 모두 음성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교우 여러분들이 마치 죽음에서 다시 살아오신 분들 같아서 기뻤고, 주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셋째,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 및 일련의 상황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교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도 그 검사 전후좌우에 다른 보건소에서 검사받으신 분들 중에서 수녀님들과 확진자분들과 가족 및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내가 혹시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떻하나!’ 하고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확진자분들이 방탕하거나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님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그분들이 우리 대신 걸려서 희생해주신 분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을 보며, 이사야 예언사의 고난받는 주님의 종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4-5)

 

넷째, 평신도 지도자분들과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교회 공동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사목협의회원들과 구역반장님들, 단체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누구나 감염의 위기를 겪고 있고, 감염되면 자신과 가족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교회 공동체에 헌신하고 계시는 평신도 지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어느 교우분들은 마치 성당에 전염병균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성당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발길을 끊는 분들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이 맡은 바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성당 직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섯째, 주 하느님과 전 교회 공동체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누구보다도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마음 아파하면서 고통스러워하며 힘을 실어 주시던 주 하느님과 교구장님을 비롯한 주교님들과 전 교회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평신도분들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 마치 자신이 당한 일처럼 아파하시며 우리 본당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쳐 주고 계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9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에 서울대교구 중서울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 구요비 주교님께서는 오늘 라파엘 대천사 축일에 하느님의 치유이신 대천사께 수색 본당 공동체를 위해 전구합니다.” 라고 하시며 다시 한번 우리 본당을 위해 기도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는 111일 모든 성인 대축일 11시 미사에 우리 본당을 찾아오셔서 우리들에게 위로와 힘을 실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우선 피해야 하겠지만, 혹여라도 이런 일로 직장을 빼앗기고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자신도 못 믿고 다른 이들도 못 믿어 어딘지 모르게 불안과 망설임 속에 있는 우리를 주님께서 위로해 주십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태 10,28-31)

 

아울러 오늘은 군인주일입니다. 유수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군종교구장님께서는 제53회 군인주일을 맞아 서한을 보내주셨습니다(전문: https://cbck.or.kr/Notice/20201272?gb=K1200). 이 서한에서 유 주교님께서는 올해 코로나19’로 저희 군종교구는 일반 교구와 달리 군 당국의 매우 엄격한 방역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일반 교구보다 더 오랜 기간 주일미사와 예비자 교리, 사목방문 및 견진성사도 중단되었습니다.” 라고 하시며, 여러분들께 코로나19로 고생하고 있는 군사병들과 그 군사병들을 사목적으로 돌보고 계신 신부님, 수녀님, 선교사들을 위해 2차헌금과 군종후원회원들이 되어주시기를 청하셨습니다. 보속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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