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지하철 성추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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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0-12-03 ㅣ No.10751

문래역근처에서 친구랑 동태메운탕에 국화주를 들이마셨더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기분이 업되며 온몸이 하늘로 붕뜨는듯했다.

전철안에 들어서자 졸고있던 아줌마가 급히 내리는바람에 운좋게 자리에

앉아 앞을 쳐다보니 맞은편의 특이한(?) 옷차림의 아가씨가 금새 눈에 들어왔다.

굵은 실로 짠것 같은 하얀쉐터가 허리아래까지 흘러내렸고 곧바로 검은색망사

스타킹이 상당히 높은 굽의 구두까지 이어졌다.

빨간머리에 어깨에는 영어문자의 문신이 새겨져있고 짙은화장에 눈꼬리가 심하게

올라간채 껌을 딱딱씹어 문득 유흥업소에 다니는 아가씨아니면 시쳇말로 날라리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옷꼬라지에 인상하고는한성깔하게 생겼구만!!!”

그녀의 옆에는 역시 만만치않은 옷차림의 친구인듯한 여자가 서있었고 우측으로는

대형 검은색 가방을 둘러맨 덩치큰 남자가,좌측으로는 학생인듯한 총각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별로 볼것도 없어 그아가씨의 뒷모습만 바라보고있는데 우측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 가방옆으로 손을 내밀어 그여자의 좌측 허벅지를 슬쩍 만진다음 태연하게

옆칸으로 빠져나갔다.

허걱!이게 웬 황당시츄에이션!!!

범죄현장을 모! 목격하다니….”

이상하게도 여자는 아무렇지도않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고 그순간 나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 고개를 돌리는 데 갑자기 하며 뺨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에 뻔쩍였다.

이놈이 어딜만져!!너 경찰서로 가자!!

여러분 이놈이 내 허벅지를 만졌읍니다!!!”

저 아니예요!!..저는 책만봤는데…”

이건 또 웬 황당시츄에션!!!그녀는 죄없는 좌측의 학생의 멱살을 잡고 길이길이

날뛰었고 그녀의 친구도 덩달아 마구 삿대질을 해대며 욕을 해댔다.

멀쩡하게 생긴놈이…”

주위 사람들이 혀를 끌끌차며 손가락질하자 두여자는 더욱 기세등등 학생을 지하철

출구로 끌어당겼고  40대인듯한 한남자가 슬그머니 다가가 말리며 말을걸었다.

학생!! 경찰서에 가면 성추행범으로 감방살아야되!!

저아가씨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합의하는것이 최선이야!!!”

아저씨 전 너무 억울해요!!”

경찰서에 가면 가라마라할것같아 귀챦고 쉽게 나설자리가 아닌것같아 주저하고

있었지만 술도 거하게 먹은데다 상황도 상황이라 자리에서 일어나 아가씨를

무섭게 쏘아보며 무거운 입을열었다.

아가씨! 나와 눈 마주쳤지??

내가 다봤거든생사람 잡지말고 조용히 끝내!!”

그녀가 뭐라 궁시렁대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자 친구도 잠잠해졌고 합의를 종용하던

남자도 멎쩍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학생! 저사람들이 협박하면 연락해!!

경찰서에 가더라도 증인 서줄테니까..” 

 

   

공교롭게도 그아가씨와 신대방역에 같이 내렸고 그녀는 난곡입구방면 횡단보도에

나는 횡단보도옆까지 길게늘어선 마을버스 승객들의 행렬에 서있었다.

그녀는 여러 번 원망하듯이 나를 쏘아보았고 그시선이 부담스러워 허공을 한번 쳐다봤다

앞을 한번 쳐다봤다 발을 몇번 굴렀다 했더니 고대하던 파란불이 켜졌다.

그나저나 퇴근시간도 아닌데 웬 사람들이 이리 많아!!

이거 마을버스 타려면 한참 걸리겠는데…”

버스가 도착하자 꽤많은 사람들이 줄을지어 탑승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코트속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머라구! 난곡입구근처의 볏집 삽겹살을 사오라고??이시간에???”

와인에 숙성시켜 노릿노릿 구워내어오는 볏집 삽겹살을 안주로 친구들과 술한잔 한다음

그것을 포장하여 집에 간적이있는데 그것이 와이프와 딸내미의 입맛을 감동시켰다보다.

하는수없이 신대방역앞의 횡단보도를 건너 난곡입구쪽으로 100여미터 걸은다음

볏집삽겹살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방금전 날라리 그아가씨가 일행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이 띄웠다.

아니!!저사람은??”

그녀의 우측에는 덩치큰 남자가,정면으로는 합의를 종용하던 40대남자가,그옆에는

친구가 앉아있었고 좌측의자에는 커다란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니!! 이건!!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

부랴부랴 도망치듯 그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그날 나는 맛나는 볏집삽겹살을 사가지를

못했고 와이프와 딸내미에게 핀잔을 들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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