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홀로 가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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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수 [changjuys] 쪽지 캡슐

2012-08-28 ㅣ No.10996

 

홀로 가시는 길

 

신부님,

가셨다고요. 홀로 떠나셨다고요.

오늘 아침 미사가 끝나고 보좌신부가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신부님 떠나셨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애련한 눈물이 솟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정이 많으시고 그 정 때문에...... 차마 떠나기 어려움을....... 깊은 생각으로 훌쩍 홀로 ......

신부님,

밖에는 바람소리 빗소리 들립니다. 풍랑이 높이 치는 파도소리도 들립니다. 나무들이 흔들리고 자동차가 뒤집히는 태풍의 눈 속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순하고 깨끗한 눈물이 눈시울을 타고 내립니다. 어릴 적 송아지를 팔고 돌아온 어미 소가 밤새도록 울어대는 목매인 이별의 슬픔을 보았습니다. 이 때 어린 마음에 젖먹이 아이가 어머니 품속을 떠나 우는 아기의 울음 애련함이 가슴에 박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미 소가 엄 ·~머~하며 밤새도록 울면 저 멀리서 아기 소가 엄~매~매~하는 ......

신부님,

참으로 신부님의 마음 어느 골목길에서 어느 구석진 곳에서 밤을 지새우며 울고 계신지 ........

정든 사람들을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 그 순간을 참을 길이 없어 먼 길 홀로 가는 길

그냥 모두를 안고 모두의 즐거움, 슬픔, 아쉬움을 배경으로 남겨 놓으시고 순례의 길을 떠나셨군요.

마음이 순수하면 눈물이 절로 솟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강건해지고 더 굳세어 지려고 더욱 십자가의 길에 충실하시려고 홀로 가시는 길을 몸소 끌어안고 조용히 소리 없이 누구에게도 눈물 보이지 않으려고 ......

신부님,

오늘 아침 미사에 성가는 “주 예수 따르기로”, “생명의 양식”,“사랑의 하느님” “찬미 노래 부르며” 가 울려 나왔습니다. 마침성가로 찬미 노래 부르며 주 대전 떠납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함께 하여 주소서. 하루하루 모두를 주님 앞에 드리며 오롯한 마음으로 나를 봉헌합니다.

가시는 길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리라 믿습니다만, 유달리 이 난곡동 성당은 성가정 성당으로 가족적인 정이 많이 얽혔나 봅니다. 세상살이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이곳을 5년 동안 맡으시고, 어느 누구보다 작은 정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형제자매들에게 아픈 마음을 달래 온 삶의 깊이가, 빈 마음에서 울어 나온 것으로 함께 한 모습입니다.

마지막까지 부탁하신 말씀, 오시는 신부님을 잘 맞이하여 지금보다 더 낫게 함께 하는 공동체로 발전하기를 기원하시는 그 정을 간직하겠습니다.

남아 있는 저희들은 늘 주님께서 함께 하시어 착한 목자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새로 오시는 신부님도 잘 맞이하여 하나 되게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홀로 가시는 길에 빛이 있기를 등불이 어둠을 비추듯 주님의 영광을 들어내는 착한 목자 되소서! 아멘. 20120828 아침에 이베네딕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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