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밥 한 그릇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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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수 [changjuys] 쪽지 캡슐

2012-10-02 ㅣ No.11000

밥 한 그릇 먹다

  한가위를 보내고 10월의 둘 째 날이다. 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자주 만나는 지인과 셋이서 뼈 해장국 한 그릇으로 밥 한 그릇 먹다.

자주 만나도 나눔이 뜸 했나 보다. 자기 볼 일에 바빠서 만나면 헤어지고 미사에 만나면 차 한 잔으로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말을 하다가 헤어진다. 이들이 나의 이웃이다. 형체를 갖춘 집이 있는 곳, 그 옆집이 이웃인지는 오래전의 이야기다. 그 옆집에는 누가 몇 가정이 살고 있는지 모른다. 대화도 없다. 골목길을 쓸어도 무관심하다. 집 문을 닫아걸고 살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로 뒤돌아보면 이웃이 참 가깝다. 집에 고구마 감자를 삶아 먹으면 그 고구마 감자를 한 바가지 삶았다고 나눠먹는다. 대문이 항상 열려 있다. 도시에 삶이 시골과 다르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웃이 경계 대상이고 모르고 지나는 것이 편하다. 오히려 친절하거나 예절이 바르면 오히려 의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행여나 사기꾼이 아닌가 하고......

 복잡한 시대에 행복은 어디에 숨어 살까? 평범하고 작은 것에서 즐거워하고 노래한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고 내 살 집 오직 작은 집 내 집 뿐이라!” 인용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곳이 행복의 터전이다. 는 것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싶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 이것이 우리의 정서다.

 삶의 작은 행복 자연의 구석진 곳에 외롭게 서 있는 나무 한 그릇처럼 그는 그대로 살아 있음에 기쁨을 준다. 너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면서 네가 곱게 자라면서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것이 삶의 곡절이라도 멋이 있고 향기가 있다. 해 주는 것은 없지만 항상 기쁘게 여유롭게 세상을 즐기고 살아감에 고마운 것이다. 이웃끼리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즐겁고 가까운 것이다. 커피 한 잔이 즐겁고, 밥 한 그릇이 더 기쁨을 준다. 서로 나누는 작은 삶의 인정이 하느님의 사랑이다.

밥 한 그릇을 나누면서 세상을 떠난 한 형제를 떠올려 본다. 마음이 참 착하다. 그는 나눌 줄 아는 삶을 살다가 가다. 이웃 형제들에게 몸소 피해를 주는 것보다 배려를 하려고 애쓰다가 병으로 가다. 그 시점에 운명한 것도 잘 한 일인 것 같다. 더 오래살고 싶어도 가야할 길 앞에는 막을 자가 없다. 부르심에 좇아나서야 하는 것이다. 가진 것도 다 쓰지 못하고 누이에게 맡기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산다는 것이 모르는 가운데 알아도 못하는 가운데 살다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과 지상에 핀 들꽃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인간은 그들의 향기와 그들의 삶에 배운다. 어쩌면 적게 먹고 세상을 아름답게 내 향기를 뿜어낼까? 소박한 박꽃이 맺은 초가지붕위의 박처럼 둥근 보름달이 될 수 있을까? 흥부의 톱날이 박을 켜듯 우리의 행복을 나눌 수 있을까? 씨앗을 물고 온 제비처럼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일터로 나가는 일꾼들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받들어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20121002 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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