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6주간 월요일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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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2-15 ㅣ No.4143

연중 제6주간 월요일 2/17

 

어떤 사람들은 믿을 수 있게 보여달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하늘의 징표를 어떻게 사람이 보여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는 실제로 표징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갖다 대어도 갖은 이유를 들어 아니라고 할 것이고,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 8,12)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십니다.

 

교회가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어느 교황님은 예수님의 그림을 그려서 신성로마제국을 공격하러 내려온 갈리아 사람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전쟁을 피한 역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도는 순간의 전쟁은 피했지만, 훗날 교회가 신성로마제국의 로만 가톨릭 교회와 동로마제국의 그리스 정교회로 분리되는 성화상 논쟁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그보다는 어느 한 아이가 하느님을 보여달라는 어른의 요구에 컵에서 싹이 난 감자를 증거로 제시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눈으로 하느님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한겨울 죽은 것만 같았던 감자가 물컵 속에서 싹을 내는 모습에서 살아 숨쉬는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어린아이의 증언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이게 해주는 역설적인 표징임을 발견하게 해 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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