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12월 22일 수요일 ’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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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2-14 ㅣ No.4877

1222일 수요일 ’21/12/22

 

천사는 하느님의 개입으로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두 사람에게 전합니다. 유다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주 하느님과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으로 공고해진 믿음으로 생성되고 굳혀진 유다교 사제 즈카르야와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은 14세에서 16세의 소녀 마리아.

 

그런데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즈카르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믿지 않아, 하느님의 말씀이 사실로 이루어질 때까지 벙어리가 됩니다. 즈카르야는 왜 안 믿었을까?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굳건할 사제인데, 왜 주 하느님의 비전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즈카르야의 믿음은 그저 머릿속에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조상들에게나 일어났었던 놀라운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전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역사 속의 화석이라고만 알고 있는 탓일까? 즈카르야로 대변되는 종교인들에게 유일 신앙이라고 강조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각인된 믿음이라는 것이 과거의 신비한 회상으로만 섬겨지고, 전례적인 예식으로만 만날 수 있는, 그러니까 현실과는 전혀 관련되지 않는 허상과도 같은 신비에 대한 믿음인가?

 

소녀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에 기뻐서 주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나이가 어리고 순수해서 그런 것일까? 마리아에게 믿음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살아있는 신비입니다. 그러기에 마리아는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9)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꿈꾸는 이들에게서 이루어지는 믿음. 당연한 사실인데도 새삼스럽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우리의 믿음은 이미 머릿속에서 개념화된 믿음인가 봅니다. 그 믿음을 오늘에 사는 이들이 주 하느님을 참으로 믿고 따르는 거룩한 사람들이 됩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49-50)

 

마리아의 노래는 믿음의 대명사로 대변되는 즈카르야와 같이 헛된 믿음을 사는 이들에게, 현실과는 괴리된 이데올로기적 이념과 신비주의의 허상으로 섬기는 이들에게 해당하나 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51-53)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자리에서 믿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 하느님 나라를 꿈꾸고 그려 봅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54-55)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이 이루어졌음을 과거의 사실로만 믿지 않고, 오늘 이 시대에 나를 비롯하여, 주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마침내 이루어지고 말리라고 믿는 이들을 통해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기 시작함으로써, 우리에게 오시는 아가 예수님을 맞이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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