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영등포로터리옆의 유명한 중국집 송죽장에서 50도짜리 독한 뻬갈을

두서너병 들이켰더니 삥그르르 돌면서 혀가 꼬였다.

"류팀장!이젠 소주로 바꾸지요!!!"

지점장님과 소주를 몇잔 주고받은후 깐풍기를 집어 입에 넣으려는데

안경이 흘러내리며 코에 걸쳐졌다.

"안경테를 손봐야쓰겄구만!!내일이 토요일이니..."

지점식구들과 도로가에 서서 몇마디주고받는데 갑자기 검은구름이

떼로 몰려와 삼라만상을 삼켜버렸다.

 

"일어나!!!일어나여!!!

못살아!!! 허구헌날 술취해서 들어오구!!!"

와이프의 괴성(?)에 억지로 눈을 치켜뜨며 일어나는데 속에서부터

해묵은 트림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안경을 어디다 해먹었어요???"

"안경?몰라???영등포로터리에 서있었는데..."

"미쳐!!내가 미쳐!!!

그리고 왜 술만취하면 아버지한테..처형에 처남에게

전화하는거요??"

핸드폰 통화내역을 보니 수십개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고 그중에는

생소한 전화번호도 몇개 눈에 띄웠다.

"얼릉가서 안경찾아오슈!!!  

 

멍한정신으로 집을 나섰지만 어디서부터 안경을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일단 해장을 하여야겠다는 생각에 뼈다귀탕집에 들어가 시원하게

속을푼다음 직원에게 전화를 넣었다.

"박주임!!영등포로터리 도로변에 서있는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한잔 더했나???"

"아뇨 바로 갔어요!!

지점장님께서 날씨가 추워 일찍들 들어가라해서.."

"그때가 몇시???"

"9시정도됐어요!!!"

"어??집에들어온 시각이 12시가 넘었다던디..."

9시에 지점식구들과 헤어진후 누군가와 한잔을 했다는 건데 통화내역을

보니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이런???근디 이번호는 머지??"

11시가 넘어서 통화한 생소한 전화번호가 있어 눌렀더니 몇번의 신호음끝에

터프한 남자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가 어디십니까???"

"5616버스 사무실입니다."

"버스사무실요??거기다 어제밤에 제가 왜 전화를 했을까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봅니까??"

"혹시 안경 보관된것 없읍니까??"

"모르겠네요!!!저는 버스기사라서..."

그는 귀챦은듯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고 막막함에 한동안 길가에서 멍때리며

서있는데 핸드폰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와??"

"어제밤  몸도 못가눌정도로 만취하여  대학친구가 바래다  준것은 기억나여??"

"만식이??"

"그래요!!"

 

만식이와 전화통화후 부랴부랴 5616번 버스를 타고 가산동 종점으로 향했고

차창밖으로 투영되는 어제밤의 헤프닝에 웃음마저 터져나왔다

.

어젯밤 10시가 넘어 남강중고등학교 승강장에 내려 집으로 향하다

우연히 만식이를 만나 족발집에 들러 11시가 넘을때까지 술을펐다.

술마시는 동안 몇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만식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듯 물었다.

"너 라식했냐??얼마전까지 안경을 썼었는데..."

"아니??"

"그럼 안경어쨌어???아까부터 안보이던데..."

"허걱??'

"안 불편해???"

"이크!!테가 헐렁하더니 졸다가 버스바닥에??? "

부랴부랴 족발집을 나선후 그와함께 난향동 버스종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5616번 버스종점이 가산동에 있다는 것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사무실에 몇번이고 전화를 걸어 안경을 몇시정도에 잃어버렸으니 찾아내라,

안찾아내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등등 말도안되는 떼를 썼고 진상(?)고객에 

넌더리를 친 아저씨가 30분간 버스를 뒤진끝에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찾아

보관하고 있다는 확답을 듣게됐다.

 

가산동5616번 버스사무실에 들러 안경을 찾으러 왔다하자 아저씨가  몰멘목소리로

한마디 톡쏘았다.

"아자씨 술 너무 심하게 잡숫지마슈!!!

상사인듯 큰소리로 나무라는데...얼마나 기분이 나쁘던지...'

"미안해유!!!"

종점사무실옆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담배를 한개피에 불을그어

연기를 허공에 날렸더니 숙취가 몸에서 빠져나간듯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낄수있었다.

"오늘은 스테파노형님과 한잔 해야쓰겄다.

만식이는 질려서 안할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