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이태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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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3-21 ㅣ No.428

내가 하루중에 나와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사람은 우리 기숙사 할머니다.

 

수녀님인 이 할머니는 사복을 입고 산다.

 

내가 죽으면 누굴 제일 보고 싶냐고 하니까? 남편이 보고싶단다

 

수녀가 남편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예수님이 자기 남편이란다.

 

그럼 죽으면 나를 위해 남편에게 날 좀 편한히 살게 해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다.

 

지금 내 나이 보다 많은 그 할머니 수녀님은 내가 자기 아들이란다.

 

얼마전 나와 대판 싸웠다.

 

내방 옆 주방이 너무 씨끄러웠다.

 

당신이 가르쳐 준말로 항의하였다.

 

서운하신지 얼굴이 발게 지셨다.

 

아침에 노인네가 무엇인가를 꼼지락 하셔서 나가보니 두꺼운 부직포를 손수 촘촘히 잘라 부엌문에 붙이며 요리사 아주머니에게 문을 닫을때 조용히 하라고 이르고 계셨다.

 

미안한 감정과 고마움과 그리고 노인네의 주름어린 그손으로 부직포를 붙이는 모습이 안스러워 두볼에 뽀뽀하고 안아드렸다.

 

그런 인사를 여기서는 두에바치라고 한다.

 

할머니인지라 이태리의 늦은 저녁(이태리에서는 저녁이 한 8시반이 넘어서 끝난다.)식후에

 

는 잘 조신다.

 

그런데도 늘 매일 만나서 한 시간정도 나의 말도 안되는 하루 일과를 듣는다.

 

나는 사전찾아보고 용을 쓰지만 노인네에게는 마치 셋네살 먹은 애가 옹알 거리는 것처럼 들릴것이다.

 

늘 하품을 하거나 막 웃는다.

 

그래도 노인네는 끝까지 들어준다.

 

나보고 절대로 앞으로는 염색하지 말라고 한다.

 

죽어서도 염색하면 밤에와서 자른다나!

 

오늘은 그래서 나도 늙으면 자연히 흰색으로 염색된다고 해서 둘이서 웃었다.

 

저번주에 공책한권을 사서 할머니랑 매일 이야기 한것을 적는 노트로 삼았다.

 

뒷날 참 커다란 책이 될것 같다.

 

왜 노인네 수녀님이 늘 자신을 내 엄마라고 할까?

 

맨날 나보고 뭐가 먹고 싶냐고 묻는다. 국물있는 것 줄까?라고 말한다.

 

아무리 한국 음식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니 ............

 

국이나 찌개라는 개념이 없다.

 

수녀님이 김치좀 담궈서 김치찌개라도 해주면 좋겠다.

 

이곳을 떠나 로마로 가면 이태리 엄마가 보고 싶겠지!

 

나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준 나의 친 어머니도 어렸을 때 분명 저 할머니 수녀님 처럼 날 가르쳐주셨겠지?

 

다음에 시장 갈때 날 데려간단다. 시장 가면 맛있는데 많다나?

 

다큰 내가 이젠 완전히 꼬마가 된기분이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할머니 뿐이니 할머니는 나의 유일한 대화자다.

 

난 할머니 슬하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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