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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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1379

은총의 대희년이 불과 이틀 남았다.

1999년 12월 31일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운해가 유난히 빨갛게 타 올랐었는데...

바쁜세상. 바쁜나날. 이젠, 잘 살았던 못 살았던지간에 이 즈음에서 한해를 마무리 지어야만 한단다. 그것이 이치이고 순리 이라고....

어제만 같은 나날들.. 은총의 대희년이 거짓말처럼 다 흘러가버렸다.

지난날. 예수님 곁에서 소리소문없이 언제나 함께하셔서 하느님의 뜻을 도와드렸던 협조자이신 성모님의 삶을 엿보며,

본받고 그렇게 살겠다고 매순간 힘차게 따라 나섰었는데.

참으로 보잘것없이 가진것을 나누며 좋아했는데.....  

레지오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미소하나마 나를 필요로 하는곳이라면 주저없이 찾아나섰던 지난 일년이고 싶었었다.

병원 환자방문과, 연도, 입관예절, 장례미사,냉담자 면담, 성전청소등.. 머리로 들어 알았던 신앙이 가슴에 뜨겁게 새겨지는 발걸음 발걸음들이 모두가 성모님의 도우심과 예수님의 함께하심을 뜨겁게 느낄수있는 은총의 나날이다.

매일마사를 드리며 나약한 신앙이 힘을얻고 어지러운 세상에 분별력의 지혜를

청하며...

성체를 영하며 그리스도를 모시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서,

새벽잠 눈 비비고 새벽별과 새벽달들을 벗하며 속삭였던 나날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고,

내 영혼과 입술이 그리스도를 닮고 찬미하게 하소서....

매일 한결같이 외우며 드리는 기도 내용이다.

 

그랬었는데...

 

온 가족이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니 감사하다고 그랬었는데...

그저 예수님이 함께하신다는 기쁨으로 신나게 건강하게 감사하며 한해를 살아서 살았는데...

요 며칠(웬 어수선) 언제 부턴가 마음이 불편하고 간간히 예민하다.

일단 호흡을 크게 하고 애써 느긋하게 여유를 갖으려 해보지만

틈만나면 종종되는 마음의 이유는?,

분신인 두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주기만을 감사했는데...

둘째 아들이 두어달후면 중학교를 간다는 사실앞에 서있다.

분명 감사함이 앞서기는 하는데...

 

신앙은 생활이고 삶!

그러면 세상속에서 현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만만치 않은 사교육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할련지...

무엇을 마실까,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말고 그저 착하게 기도 열심히 하며 희생 봉사 나누며, 말씀안에서 예수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따라다니면 따라다니면....

그저 온전히 온가족과 이웃을 예수님께 봉헌만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잘 자라줄까? 잘 해 줄까? 잘 해낼까? 잘 잘 잘....

뭐가 그리조급하게 하는걸까. 어디서.왜.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보잘것없는 어미가 그저 부족하기만 하여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다시한번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아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않았고 아무일도 없었지만 아집과 욕심과 이기심의 모습으로

털어내지 못하며 연연해하는 세상것들을 남겨진채

턱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믿음을 부끄럽게 고개숙이고 있다.

하느님이 내게 맏긴생명들을 고스란히 돌려 드릴때까지

엄마는 세상속에서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어는것이 더 중요한지를 분별해서, 아이들이 자랄때까지 보살피고 이끌어야만 한단다.  

그 굴레같은 구속력의 관계.어쩌면 매 순간 세상이치에 계산이 빠른모습로.

어정쩡히 서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솔로몬과 같은지혜를 청하는 (무모함?)의 기도를 드리며....

믿음.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반석같아지기를 오늘밤 소망한다.

                                 2000년, 12월, 29일, 밤11시 5분.

 

사당5동 형제 자매님들께.

 

가톨릭 메인화면에 (통신광장.오늘의 묵상)을 즐겨 찾습니다.

신부님들의 묵상글이 좋거든요.

그러다가 사당5동 게시판에 열람하고 자주 두서없는글을 올리게 됬습니다.

한해동안 보잘것없는 내용의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기도중에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해되시기를 바라며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새해 하느님 축복 많이 받으세요. 2001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프판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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