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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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4-15 ㅣ No.4220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4/15

 

가르마만 바꿔도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르마만 바꿔도 다른 이미지가 연출되어 전혀 다른 스타일이 사람처럼 보인다는 광고업계의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잡혀 돌아가시자, 허탈한 심정으로 예수님과 함께했던 모든 것을 지우고, 자신들이 그동안 간직해 왔던 기쁨과 비전을 뒤로 한 채 낙향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들은 여인들이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셔서 자신들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엠마오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동행하시며 말을 건네시고 나누십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부활 기사들이 다 그렇듯이 부활의 증인들이 처음에는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무덤을 찾은 여인들에게 천사나 정원지기로 비치기도 하는 등, 그것은 아마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생전의 현존하던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루카 24,16) 제자들이 집단으로 안면 인식 장애가 걸리지 않는 한 자신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자면서 공생활 동안 함께 살아왔던 예수님을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예수님께서 지상 생애 동안 간직하는 육신이라고 하는 몸이 아니라 영과 육이 하나로 결합한 새로운 몸으로 나타나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리스도 죽음의 의미를 다시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부활하신 주님의 의미와 현존하는 새로운 몸에 대한 납득을 시켜주셔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하나 더 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25-27) 그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호감이 들었는지, 아니면 유다의 나그네 환대법처럼 날이 어두워지면 다음 마을까지 더 이상 가기가 힘들다고 여겨서 그런지 자신들이 가고자 했던 마을이 나타나자,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29) 그 때까지도 제자들은 자신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예수님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30-31)라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31)라고 합니다. 제자들은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하며 주님과의 만남 순간을, 부활 체험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들은 부활의 증인이자 선교사가 됩니다.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33-35)

 

우리는 살면서 언제 어떻게 주님을 느낍니까?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생전 모습대로 빵을 나누어 주실 때에 주 예수님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의 전례생활과 기도생활 그리고 일상에서 기억하고 알아차리며 만나는 일이 곧 부활체험이며, 부활하셔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처럼 살아계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느끼고 살아가는 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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