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수난 성금요일 ’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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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3-31 ㅣ No.4612

주님 수난 성금요일 ’21/04/02

 

지난 월요일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면서주차 요금을 계산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어떤 차는 면제어떤 차는 할인어떤 차는 일반 요금을 주차비로 계산하고 주차장을 떠나갔습니다한 대 한 대 주차장을 떠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장례미사를 봉헌하면서과연 우리는 나중에 죽을 때 주 대전에서 어떤 심판과 어떤 판결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유가족들에게서 고인은 한평생 자식 키우느라 고생만 잔뜩 하고 가셨다.”라고 하는 전언을 들었습니다고생이라는 면에서 누구는 자식을 키우느라또는 먹고 사느라또는 병에 걸려 투병하느라 등등의 여러 가지 고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아마도 주 하느님께서는 이 땅에서 갖가지 고생을 하고 주님께 돌아가는 이들에게 이 땅에서 고생한 만큼의 혜택을 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는 살면서 일가를 이루고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을 다 했다.” 또는 너는 살아생전에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네가 대신 병에 걸려 아파하면서 고생을 다 했다.”라는 등등의 인정을 해주시면서 각자의 수고와 노고에 따라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지 않으실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죽은 후에 하늘에 올라 연옥 불을 받으며 우리 죄를 정화하며 미진한 부분을 마저 채워야 하는 것처럼, ‘이 땅에서 고생하는 이들은 연옥 불을 여기서 미리 겪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죽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세상에서 오늘도 병고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연상하며오늘 두 번째 독서에 나오는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새삼 마음 깊이 울려 퍼집니다. “그에게는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 만한 모습도 없었다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병고에 익숙한 이였다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그는 멸시만 받았으며 우리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하느님께 매 맞은 자천대받은 자로 여겼다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우리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떨어지게 하셨다.”(이사 53,2-6)

 

아울러 인생의 고통이라는 면과 관련하여교황님께서 올해요셉의 해에 발표하신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요셉은 단지 자기희생을 통해서가 아니라자기를 기꺼이 내어줌으로써 행복을 찾았습니다모든 성소는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곧 성숙한 희생의 결과로 생겨납니다우리의 성소가 혼인이든지 독신이든지 동정이든지 상관없이 희생에서 그친다면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은 실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그런 경우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은사랑의 아름다움과 기쁨의 표징이 되는 것이 아니라불행과 슬픔과 좌절을 보여주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습니다우리는 극기와 자기 단련을 위해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우리는 부모로서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이 사회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나름대로 수고하고 고생하는 것입니다설사 그 수고와 고생이 내 직업이나내 사회의 역사나 문화나 가치 분배 체계와 구조로부터 빚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희생하며 나를 내어주기 위해 보람되이 살아갑니다내게 주어지고 내다 당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그 상황과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여 희생 봉사하며나를 실현하고 완성해 나가며한 걸음 더 나아가 복음을 증거하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간다면우리는 주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오늘 두 번째 독서인 히브리서의 저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고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히브 5,7-9)

 

오늘 성금요일우리를 멸망의 죽음에서 구하시기 위해우리 죗값으로 예수님의 생명을 십자가상 희생제물로 내어주시며 우리를 살리신 주님을 기억합니다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따른 복음 환호송이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하신 이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면모를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네하느님은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네.”(필리 2,8-9 참조)

 

오늘 십자가상에서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하시며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온전히 내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립니다그 오묘하고 엄위로우신 사랑의 신비에 감사드리며주님의 성령께 의탁하며 우리 자신을 이 세상 구원을 향한 도구로 내어 맡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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