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공현 대축일(다해) 마태 2,1-12; ’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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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1-01 ㅣ No.4888

주님 공현 대축일(다해) 마태 2,1-12; ’22.01.02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새해 첫날은 잘 맞이하셨습니까?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하며 문득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넷째 왕의 전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기억하는 예수님께 경배를 드린 동방박사는 세 분인데, 원래 처음 예수님께 경배하려고 출발한 동방박사는 네 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알타반이라는 네 번째의 왕은 가스팔, 멜키올 그리고 발타살과 함께 밤하늘에 새로 떠오른 별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음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 넷은 새로 난 별을 따라 새로 태어난 왕을 경배하러 가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알타반이라는 네 번째 동방박사도 왕에게 드릴 선물로 값비싼 사파이어, 루비 그리고 진주를 가지고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별을 따라가는 길에 알타반은 열병에 걸린 환자를 만납니다. 그는 시간이 없으면서도 그 환우와 함께 머물면서 그 환우를 도와 병을 낫게 하느라고, 혼자가 되고 맙니다. 그는 친구들과 그리고 대상들과도 떨어졌기 때문에 사막을 넘는 것을 도와줄 낙타와 인부들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는 병든 사람을 도와주고 새로운 길잡이를 구하느라고, 자신이 예수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사파이어를 팔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예수님께 가는 길에 여러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함께하느라고 예수님께 드릴 보석들을 하나둘 다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빈손이 되었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경배하려고 팔레스티나의 베들레헴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아마 성 요셉과 성 마리아가 아기 예수님을 안고 이집트로 피신한 뒤여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그때 아기 예수를 없애기 위하여 세 살 이하의 어린아이를 학살하라는 헤로데 대왕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병사들이 왔습니다. 알타반은 어린아이가 있는 어느 집에 숙박하게 되었고, 그 어린아이가 무척 귀여웠습니다. 병사들이 들이닥쳤을 때, 알타반은 그들에게 예수님께 드리려고 가지고 왔던 보석 중의 하나인 루비를 주고 매수하여, 대신 아이를 구했습니다. 그 어린아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고 어머니는 기뻐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는 새로운 왕을 찾아 헤매느라 30년이라는 세월을 다 소비한 후 예루살렘을 다시 찾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날이었습니다. 알타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그가 혹시 자신이 찾아다녔던 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골고타로 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보석 중에 가장 아름다운 진주로 왕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둘러 길을 가고 있을 때, 병사들에게 쫓기는 소녀 하나와 마주치게 됩니다. 소녀는 알타반에게 매달려 "제 아버지가 빚을 졌습니다. 그들은 빚을 갚기 위해 나를 잡아 노예로 팔려고 합니다. 살려 주십시오." 하며 애원하였습니다. 알타반은 주저하였으나, 곧 예수님을 살리려고 협상할 진주를 끄집어내어 병사들에게 주면서, 소녀의 자유를 삽니다. 소녀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지진이 일어나 기왓장 하나가 날아와서 알타반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그는 반쯤 의식을 잃고 땅에 엎드렸습니다. 소녀가 쓰러진 그를 부축하려 할 때, 갑자기 그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주님, 언제 제가 당신이 굶주린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습니까? 저는 33년간 당신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의 얼굴을 뵙지도 못하였고 저의 왕이 되시는 당신을 섬긴 일도 없습니다." 그러자 아주 멀리서 속삭이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진실히 이르거니와 너희가 여기 있는 내 형제 중 가장 작은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알타반은 미소를 지으며 주님과 함께 지상 생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왕이 자신의 선물을 받아 주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알타반이라는 넷째 왕은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세 명의 동방박사에 끼지 못했습니다. 이 첫째 가스팔, 둘째 멜키올, 셋쌔 발타살의 이름은 오늘 우리에게 전달될 만큼 커다란 칭송과 존경을 받습니다. 그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새로운 왕이 태어났음을 제일 먼저 알아낸 외국인이었고, 갖은 역경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찾아와 경배하고 선물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타반과 같은 넷째 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우리가 오늘 기억하고 기념하는 세 분의 동방박사처럼, 세상에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서 유명해지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본당의 주보이신 103위 한국순교성인처럼 주님만을 사랑하고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사회에서 박해받고 순교할 정도의 삶을 살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동방박사처럼 예수님을 자발적으로 깨닫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자마자 다른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만을 직접적이고 곧바로 찾아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다하여 주님을 우리 생애의 최고로 생각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염두에 두며 직접적으로 온전히 다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방법과 정도는 다르지만, 나름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네 번째 동방박사라고 전해지는 알타반처럼, 우리는 우리 생애의 언저리를 이리저리 다 돌고 돌아서 뒤늦게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알고 나서도 우리 인생에 주어진 여러 사람과 여러 사건과 어려 상황들과 마주치면서, 마치 유혹에 빠지는 것처럼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거치며 허송세월과도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그런 인생의 궤적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으며 하나하나 다 거친 다음 주 예수님을 만나 내 생애의 첫째 자리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하는 지금, 이 순간에 다시금 우리 인생을 되새겨 봅니다.

그동안 내가 최고로 중시하고 추구하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어떻게 예수님이 내 생애의 첫 번째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까?

오늘 인생의 경험과 신비들을 나름 다 알고 있는듯한 동방박사들이 새로 나신 예수 아기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경배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가 예수님 안에서 무엇을 발견합니까?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 대전에 나아와 내일의 나를 어디로 어떻게 향하게 하겠습니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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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5605&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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