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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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4-12 ㅣ No.2038

어제가 원장 수녀님의 영명 축일이었습니다. 그 전 날까지 잘 기억하고 있었는 데 당일 날 까먹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애정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늦었지만 마리젬마 수녀님의 영명 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도자의 길을 가시는 데 늘 영육간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 복음 11,45-56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의회를 소집하여 예수님의 문제에 관하여 논의를 합니다. 그 때 그 해의 대사제인 가야파가 "당신들은 그렇게도 아둔합니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모릅니까?"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가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해의 대사제로서 예언을 한 셈이다. 그 예언은 예수께서 유다 민족을 대신해서 죽게 되리라는 것과 자기 민족뿐만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 죽는다는 뜻이었다. 그 날부터 그들은 예수를 죽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이상 더 유다 지방에서 드러나게 나다니지 않으시고 그 곳을 떠나 광야 근처에 있는 지방으로 가시어 제자들과 함께 에브라임이라는 동네에 머물러 계셨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그리고 성주간의 길목에서 우리는 절대의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질문은 "나는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캔들이 되었던 예수님.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논쟁의 핵심에는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예언자로, 모세로, 하느님의 아들로, 또 어떤 이들은 신성모독자로, 로마의 반역자인 정치범으로 다양하게 예수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을 신성모독자로 보는 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이유를 온 유다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낫다고 댑니다. 그가 예수를 대속자로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늘 권력자들은 희생양을 필요로 했고 이제 그 희생양으로 예수님을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유다 민족을 대신한 죽음만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죽음을 통하여 흩어진 하느님의 자녀들을 모아들일 것입니다. 그 죽음을 통하여 새로운 삶의 방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정말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권력자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예수님은 당신이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가신 것입니다. 선택하셔서 가신 것이지 어쩔 수 없어서 마지 못해 가신 길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성주간입니다. 주님께서 가신 그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죽고 주님안에서 사는 우리들이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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