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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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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4-15 ㅣ No.2041

날씨가 참으로 좋습니다. 이런 날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이런 좋은 날에 우리 주님께서는 수난과 죽음의 길을 가시다니 참으로 아이러나 합니다. 죽음도 삶도 우리 주님에게서 있어서는 하나인가 봅니다. 참으로 죽는 것이 참으로 사는 것임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모든 것이 소생하는 이 봄에, 모든 것에 생명에 넘치는 이 봄에 죽음의 길을 가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 복음 13,21-33.36-38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중의 한 명이 자신을 팔아 넘길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제자 가리옷 사람 유다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적셔 유다에게 주시며 네 할일을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다가 그 빵을 먹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습니다. 유다는 나가고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을 예고 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라고 장담하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정말 잘 들어두어라.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주간 화요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배반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제자 하나는 자신을 팔아넘길 것이고 수석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베드로는 자신을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가슴아프게 예언하십니다. 그렇게 사랑을 베풀었건만 그렇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건만 제자들을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 했습니다. 그런 제자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부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고서야 알게될 것입니다.

 

가리옷 사람 유다. 예수님에게서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제자. 그러나 그는 어떤 제자보다고 똑똑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많이 예수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제자였고 고민도 많이 한 제자였습니다. 그가 제자단의 돈주머니를 맡았다는 것은, 즉 그 공동체의 회계를 맡았다는 것은 그 만큼 세상물정에 밝았다는 것이고, 당시 세상물정에 밝았다고 한다면 이스라엘이 처해있는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을 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다는 로마의 억압에 시달리고 있던 이스라엘을 어떻게 하면 해방될 수 있을까를 문제 삼았을 것이며 그러한 그가 처음에 예수님을 만났을 때에 그의 권위있는 가르침이나 놀라운 능력을 보고 자신의 희망을 그분에게 걸었을 것입니다. 곧 정치적 메시아를 예수님에게서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 예수님과 다른 정치적 세력들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예수님을 움직이게 하려고 예수님을 배반합니다. 다시 이야기 하면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하여 예수님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유다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유다는 하느님의 뜻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뜻을 먼저 찾았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뜻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종교를 갖는 것이 신의 힘을 빌려 자신의 뜻을 성취하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까? 아니면 여러분의 뜻입니까?

 

우리가 내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그리고 가정이나 직장이나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바로 그 곳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바로 그 곳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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