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4주일(가해) 마태 18,21-35; ’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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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9-12 ㅣ No.4381

연중 제24주일(가해) 마태 18,21-35; ’20/09/13

 

 

 

 

언젠가 한 번 젊은 부부가 찾아와서 결혼생활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번 결혼 생활을 오래한 나이 지긋한 분들에게 찾아가서 상의하지, 왜 나를 찾아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이 어른들에게 가서 이야기하면, 저희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 다음날 자신들의 문젯거리를 다른 어른들과의 술자리 안주거리로 삼아 다 퍼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비밀을 온천하에 공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안타까운 우리의 현주소였습니다.

 

또 한 번은 교우 한 분이 동네 사람들과의 갈등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청하기에 몇몇 분들에게 상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그분은 원래부터 다른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분에게 문제가 있는 거에요.” 등의 말을 하면서 도움을 청한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주고 도와주려는 분들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대부분 도와주기는커녕 쪽박을 깨는 샘이었습니다.

 

이번에 코로나19로 투병하고 계신 할머니 한 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분이 대뜸, “신부님, 다 나아도 성당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창피하고 성당에 누를 끼쳐서요.”라고 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라고 답하면서, “어서 빨리 나아서 건강하고 기쁜 모습으로 성당에 오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요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마치 죄인처럼 바라보고 안 좋은 감정들을 주고받는 경향이 보입니다. 하지만 확진자는 어떤 의미에서 전염 가능성을 가진 환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전염된 피해 환우입니다. 환우들이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우리를 대표해서 병을 앓으며, 우리를 대신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약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도움도 받고 실례도 하고 신세도 끼치면서 삽니다. 좋은 일만 하고 도움만 주면서 살면 좋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 주고받으며 삽니다. 때로는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받으면서 삽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지 않고 이렇게 부족한 점을 가지고 태어나게 하고, 또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도록 만드셨을까요? 어린이들이라면 바로 대답할 것입니다.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라고요.”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라고 하셨는데, 누군가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탓하고 외면하고 쪽박만 깨준다면, 그것은 주 하느님의 뜻도 아니고 그런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도 아니고 사람들이 그런 공동체에는 함께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감염되어 투병하고 있는 환우들에게는 왜 걸렸어?” “니가 잘못했으니까 걸렸지?” 하는 추궁과 저 사람 때문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하는거야!” 라고 비난하기 보다는, “어디가 얼마나 아파?” “빨리 낳아.”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마음 단단히 먹고 잘 이겨내하는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환우를 만나서 감염의 단계와 원인을 파악하고, 단계를 측정하여 분석하고 치료하며, 이동경로를 찾아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은 방역당국이 할 역할이고, 같은 환우를 만나면서 환우가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같이 아파해주며 위로와 배려를 해 주는 것은 가족과 가족같은 이웃사촌들과 우리 그리스도교 교형자매들이 할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식사를 하다가 환우들이 완치되어도 바이러스가 계속 나온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떡하지?”하고 걱정을 하니까, 부주임 신부님께서 완치된 후에 나오는 바이러스는 마치 죽은 바이러스처럼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일러주셨습니다. 그래서 전염병 전문 담당 의료진들과 보건당국에 확인을 해보니, “일단 병원에서 환우를 내보내는 것은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고 판정을 내려서 내보내는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답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만일 병상 수가 적기 때문에 또는 음성 판정을 두번씩 받은 후에도 경과를 지켜보아야 할 환우들은 바로 사회로 내보내지 않고, 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 보내서 완전히 회복되고 더 이상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경과를 지켜본 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없다고 판정을 내린 다음에 내보냅니다.”라고 부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완치 후 한 달 정도 쉬게 했다가 복귀시켜 주시면 더 좋습니다.”라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 시점에서 사도 성 바오로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도 성 바오로는 주님을 모시는 우리 그리스도 교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1코린 12,13-14) 그리고는 그리스도교회의 신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우리는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히 소중하게 감쌉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2-23.26.27) 라고 알려줍니다.

 

방역당국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만큼 스스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개인위생에 조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또는 자신의 방심과 실수로 인하여 감염된 확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탓한다고 확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환우들에게 낙인을 찍고 비난하거나 저주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전염병이 확산이 되지 않도록 다같이 노력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환우들이 어서 빨리 쾌유되어 건강하고 기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희대의 투병으로 고통 속에 있는 환우들을 치료하는 의료진과 함께 환우 가족들을 위로하고, 기도하고 배려하면서, 환우 개인이나 어느 누구의 책임과 노력만이 아니라 다 같이 고통을 나눠 짊어지면서 새로 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교구장님과 주교님들을 비롯한 전국의 신부님, 수녀님, 평신도분들이 우리 성당을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가 성전에 모여 다시 주님께 찬미의 제사를 올릴 때까지,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사랑의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묵주의 9일 기도를 바쳐주십시오. 묵주기도를 바치시면서, 각단마다 아래의 지향을 기억해 주십시오.

 

- 아래 -

 

1단 전염병균의 소멸과 피조물의 생명을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균이 하루빨리 소멸되어, 인류와 피조물의 생명이 평안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2단 전염병균의 확산을 저지하는 분들을 위하여

코로나19 감염을 저지하기 위하여 수고하는 방역 당국과 환우의 쾌유를 위하여 치료에 온 힘을 다 기울이는 의료진과 전염병균의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수고하는 연구진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3단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방역수칙에 따라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우리도 모르게 스며드는 병원균의 침투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4단 투병 중인 환우와 환우 가족의 평안을 위하여

코로나19로 투병하고 있는 환우들이 하루빨리 쾌유되고,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해소되어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5단 사랑의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투병 중인 환우들과 환우의 가족 및 우리가 모두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고, 감싸주고, 배려하면서 사랑의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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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주일 꽃꽂이

http://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0043&Page=1&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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