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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숙 [hedbig] 쪽지 캡슐

2011-07-23 ㅣ No.10894

자동이체를 한 덕에 날짜가 되면 평화 신문이 꼬박꼬박 배달됩니다.
대개는 제목만 읽기 마련인데 7월 24일자로 발행된 내용 중에는 특히 시선을 끄는 제목이 보였습니다.
압구정 성당에서 사목 업무 매누얼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는 소식입니다.
큰 제목은 "우리 본당 1년 활동 한눈에 안다"라고 달려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기사였습니다.
 
저는 세례 받은 주일에 성가대 입단 권유를 받고 다음 주부터 바로 연습을 시작했던 사람으로서 교회 활동의
모든 것을 성가대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축일 미사가 일반 교우들에게는 얼마나 심심한지 잘몰랐습니다.
그나마 내 능력이 되는 유일한 것이어서 주님께 봉헌한답시고 한 주도 빼지않고 연습과 주일을 지켰습니다.
그러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때가 되어 잠시 성가대를 쉬며 일반 교우석에 앉아 대축일도 맞고 주일 미사도 참예하며, 토요 특전 미사에
맛들이기도하는 파행(?)을 겪으며 점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평생의 소원은 아픈 마음을 내보일 수 없는 누군가가 성가에 마음을 씻고 평화를 얻어가는 일이었습니다만,
그 평화는 우는 마음으로라도 자신이 실컷 소리질러 노래할 때에만 풀어질 수 있는 일일테니까요.
그 이후로 어려운 행보 끝에 난이도 있는 고음을 잘 해결한 성가대원들이 자기들 끼리 모여 박수치는 일을 볼 때면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의 15년 간의 성가대원 생활중에 교우님들 스스로 아무런 강박없이 박수를 쳐 주신 것은 딱 한 번 있었는데,
자정 미사에 초등학생 성가대원들과 합동으로  꾸몄을 때 었습니다.
아이들의 신선한 목소리와 그 부모님들의 열렬한 후원으로 그 때까지는 보지 못했던 대축일 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지휘자나 운영진이  달랐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한 개인이 체득한 것들은  당위성이 있는 것이든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든 사장되어 스르르 없어지는 것이
교회의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매해의 대축일 마다 툭툭 꺼지는 무선 마이크는 여전히 그대로고 작년에 틀렸던 부분은 올해도 여전히 틀린채
지나갑니다. 말이 대축일일 뿐 하루면 지나가 버리는 일회성 행사이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그런 의미에서 압구정 성당에서 만드셨다는 매누얼은 참 획기적이고도 중요한 획을 긋는 일일 듯 합니다.
 
작년도 우리 난곡성당 게시판의 문서자료실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고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단체별 사목계획서가 올려져 있는데 한 마디로 평한다면 중구난방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 합니다.
우선 제목부터 통일되어 있지 않고 그 내용도 제 각각입니다.
올해도 각 단체가 사목 계획서를 공개할 예정이라면 기준과 범위와 내용이 일치된 가운데 각 단체에 해당하는
사항들이 적용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 중에도 사목회 조직도에 포함되어 있는 단체들은 사목 계획서와 함께 예결산 내용이 함께 공개되고
영수증이 첨부된 자료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또한 그 내용은 일정기간 사무실에 비치하여 원하는 분들은 누구라도 관심있는 단체의 살림살이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에 9시에 미사 참예를 합니다.
한동안 필요에 의해 9시와 교중 미사를 모두 참석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교중 미사에서도 미사곡을 중지한 시기에도 9시 미사에서는 대영광송만을 제외하곤 다 노래로
불러드렸다는 것 입니다
물론 성가대 선창 부분이 늘 미약해서 신부님께서 좌우로 편갈라 부르라고 번번이 권하셨습니다만
지켜지지는 않았었지요.
그러던 미사곡이 어느 때 부턴가 사라졌습니다.
주일 미사 때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지나간 부활 대축일에 자비송이 시작되어야 하는 순간에 저는 아래층
교우님들이 0.1초 쯤 멈칫 하셨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다른 때도 아니고 부활 대축일이니 자비송을 노래로 부르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신 거라고 믿습니다.
흔히들 성가는 두 배의 기도라고들 합니다.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대축일 미사 때 민큼은 미사곡도 부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9시나 11시나 교우들이 천원씩 내시는 것도 같을 것이고,  혹시 9시 미사에만 나오시는 신 영세자가 계시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9시 미사에 재미있는 점은 보좌 신부님들께서 이동할 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미사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고 악기들이 특별한 노래도 연주해 드렸습니다만,
정작 제대로 된 송별 행사는 11시에 한다는 것입니다.
9시 미사에서는 제대로 된 인삿말도 없이 내려가시는 신부님을 보면서 왠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유한다면 이제까지 나랑 한 이불 덮고 자던 남편이 아랫집 부인과 이혼하겠다고 송사를 넣은 형국이랄까요.
물론 유달리 까칠한 저의 비좁은 마음의 소산이라고 한다면 별달리 드릴 말씀은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난곡동 본당 신자로서 9시 미사에 참예하는 것이 11시 미사에 참예하는 것과 차별되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둘이 꼭 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9시 미사의 특성과 행사는 9시 미사에서 치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이들 미사에도 청년 미사에도 11시 미사에도 있는 것은 9시 미사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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