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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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4-16 ㅣ No.2042

오늘은 환자 봉성체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제사 병자 영성체를 끝내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묵상글을 올린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중입니다. 환자 영성체를 하는 날이면 내가 사제로서 살기를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를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환자분들을 뵐 때 마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할 일을 할 뿐인데도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해 주시는 그 분들을 뵐 때마다 열심히 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이런 날들이야말로 제게 사제직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게 해주는 날인 것 같아 저도 좋습니다. 우리 난곡동의 모든 환자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건강해지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26,14-25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배반자 유다에 관한 말씀입니다. 가리옷 사람 유다가 대사제들에게 가서 예수님을 놓고 흥정을 합니다. 그리고는 은전 서른 닢에 스승을 팔아넘길 기회만을 엿봅니다. 예수님께서 과월절 음식을 제자들과 함께 나눌 때 예수님이 제자 중의 하나가 스승을 배반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 그러자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묻습니다. 가리옷 사람 유다도 나서서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라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십니다. "그것은 네 말이다."

 

성주간 수요일에 우리는 스승을 배반하는 제자 유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유다의 배반에 의하여 예수님의 수난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마 여시서 유다는 구체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은 유다의 배반이나 모함으로 잡혀서 죽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들인 우리들의 이중적인 마음으로 희생당하신 것입니다. 유다가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해서 그 비싼 향유를 아까워한것이 아닌 것처럼,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른 것이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해서라기 보다는 빵을 배불리 먹어서 그랬던 것 처럼,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께 호산나라고 외쳣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던 것 처럼 우리 또한 오늘 예수님을 배반함으로 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냐? 세상이냐?의 선택의 순간에 하느님을 선택하기 보다는 세상을 선택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유다의 모습을 봅니다. 유다처럼 겉으로는 하느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하느님보다는 세상에 더 기대를 거는 이중성이 더 문제인 것입니다.

 

유다의 이중성을 꼭 집어 "그것은 네 말이다"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지적에 따라 오늘 우리는 생각과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 행동으로 세상이 아닌 예수님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증거하신 예수님의 희생을 값진 희생으로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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