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나는 그렇게 계단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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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3-21 ㅣ No.427

 

 나는 그렇게 울었다. 그렇게 울었다. 계단에 앉아 영대를 멘 사제앞에

 

"난 하느님이 밉다고  난 하느님이 십자가라고!

 전에는 하느님을 위해 나의 십자가를 진다고 생각하며 힘들어도 살았는데 이젠 하느님이 십자가라고 그렇게 소리내어 울었다. 하느님은 여유도 포근한 사랑도 없다고 ........

나만 힘든것 같아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적막이 쌓인 수도회의 계단.

 

한시간동안 울고나서 미사를 봉헌했다.

 

하느님이 밉다고 울어대던 사제의 손으로 축성된 그 성체는 밉다고 울먹인 그 입술속으로 다시 먹히셨다.

 

부운 두눈을 들어 나를 위해 기도했다.

 

나를 사랑해 주시라고 나에게 나에게 평화를 주시라고!

 

그렇게 바라던 그 평화를 나는 그날 그곳을 떠나며 실컷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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