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설(가해) 루카 12,35-40; ’20/01/25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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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1-24 ㅣ No.4120

(가해) 루카 12,35-40; ’20/01/25 토요일

 

 

 

안녕들 하십니까? 설날 아침입니다.

설날 아침 반갑게 맞으셨는지요?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설 쇠러 오신 분들 계신지요? 박수로 맞이합시다.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이렇게들 찾아오셔서 감사드립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어릴 때,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러이러한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계십니까? 어릴 때 하루빨리 커서 무엇이 되어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셨습니까? 빨리 어른이 돼서 지긋지긋한 시험은 그만 보고 싶다. 공부는 그만하고 싶다. 운전을 하고 싶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원 없이 사귀어 보겠다. 여기저기 못 가본 전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다. 여러분들은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그런가 하면, 어떤 분들은 내가 부모가 되면 이렇게 살겠다.”라고 다짐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내가 부모가 되면 자식들에게 공부하라는 말하지 않겠다. 자식들을 혼내지 않겠다. 놀고 싶으면 놀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마음대로 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자유롭고 신나게 살게 하겠다. 여러분 여러분이 부모가 된 지금 자식들을 실제로 어떻게 기르고 계십니까?

 

내가 은퇴하면,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다.”라고 꿈꾸신 분들이 계십니까? 자고 싶은 잠 실컷 자겠다. 여기저기 다니고 싶다. 아무런 제한 없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그동안 살면서 못다 한 것 다 해보겠다. 매일 직장 다니느라 못했던, 매일 미사 참례하겠다. 성체조배 하겠다. 성경공부 하겠다. 봉사활동 다니겠다. 여기저기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만큼 기부하겠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제가 파견되어 나갔던 어떤 나라에서는 은퇴하면, 부부가 함께 캠핑카를 사서 전국을 일주하는 것이 첫 번째 꿈이고, 두 번째 꿈은 그동안 먹고사느라 못했던 신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 천주교 신자들의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의 신학 대학원에는 평신도 은퇴 노년 학생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지금 은퇴하신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여러분이 계획한 대로 꿈을 잘 이루고 계십니까? 어떤 분들은 공식적으로 은퇴했지만, 은퇴 후에도 계속 경제생활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어서 아직도 소소한 일을 하면서 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막연히 오늘 못하는 일을 다음에, 은퇴 후에 하겠다고 다짐하는 일은 잘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가 봅니다. 오늘 못하는 일은 내일도 못 하기 쉽습니다. 안 해보았기 때문에 새삼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은퇴도 준비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백 세 세대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가령 내가 오늘 80인데도 늙었다.”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더 위축되고 그 자체로 늙은이가 돼버립니다. ’이제 다 늙어서 무엇을 하나?‘ 하고 생각하면, 그냥 그 자체로 늙은이가 되어버리고, 여기저기 아픈 데만 늘고 삶이 피곤하고 힘겹기만 해서, 어서 빨리 죽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세상에 태어난 우리가 모두 죽는 것은 사실이지만, 죽기 위해서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성당에 나와서 매일 미사 드리고 부지런히 봉사활동하고 열심히 선교하면서 살다 보면, 늙음이 늙어가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젊듯이 우리 몸도 더 이상 늙은이로만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반모임하고 레지오 하고, 노인대학 다니면서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노력하다 보면 백 세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이지만, 만일 늙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늙었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란다.” 하면 백 세가 아니라 팔십 세 인생으로 마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백 세까지 육체는 살아도, 우리의 삶은 피곤하고 고단할 뿐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건설해 봅시다. 오늘 우리 나이에서 멈추지 말고, 오늘 우리 나이에 미래를 준비하며 건설해 나갑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꿈이 나 하나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과 교회와 인류의 구원과 정의 평화를 위한 것이면 더 좋겠습니다.

 

어려운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기도하는 내 마음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어 안음으로써 평화를 간직하고 살아갑시다.

 

어려운 형제자매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나의 아픔과 한계를 잊고 주님께서 주시는 힘과 용기를 받아 힘차게 살아갑시다.

 

뜻을 같이하고 마음을 같이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활동에 나섬으로써, 함께하는 기쁨을 간직하고, 우리의 적은 노력과 정성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기쁘고 보람차게 만들어 봅시다.

 

주님을 믿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복음을 나누면서 그동안 시간이 없이 분주하게 살았기 때문에, 기도하거나 묵상하면서 잘 깨닫지 못했던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씹고 또 씹어서 그 말씀의 뜻을 깨닫고 새김으로써, 우리 삶의 영양가가 되는 삶의 양식으로 삼읍시다.

 

형제자매들과 선교에 나서면서, 우리 가슴 속에 주 예수님께서 나눠주신 사랑의 흔적과 기쁨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그 기쁨과 사랑의 흔적을 나눔으로써 새 형제자매들과 함께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올려드립시다.

 

춥다고 방안에 앉아만 있으면 더 약해지듯이, 늙어간다고 늙음과 세월과 환경에 뒤처지고 나약해져 우울하게 인생을 보내지 말고, 힘차고 거룩하게 살아 우리 인생을 꽃 피워 봅시다. 지는 해를 따라 피어나는 석양의 노을이 아름답듯이, 우리의 노년을 외롭고 힘겹고 피곤하게 병치레만 하면서 보내지 말고, 뜻깊고 거룩하게 보냅시다. 우리 인생을 죽음으로 어느 날 갑자기 허망하게 중단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풍요하고 거룩하게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설날!

가족과 함께 흥겨운 한 때를 보내면서, 인간으로서 내 삶을 성찰해 봅시다.

내 삶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동안 내가 이루었던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그와 동시에,

나와 우리 가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와 우리 가정의 기쁨과 슬픔 속에 주 하느님께서 어떻게 함께하시면서 은총과 축복을 내려주셨는지?’

주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의 기쁨과 슬픔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이루도록 하셨는지?’

그때 그 기쁨과 슬픔이 오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 기쁨과 슬픔의 역사를 통해 주 하느님께서 나와 우리 가정을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

 

아울러 그동안 우리 가정의 먹고사는 일 이외에도, 신자로서의 우리 삶도 돌아 봅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떻게 주님의 사랑에 보답하였는지?’

주님께서 신자인 우리에게 믿거라 하고 맡겨주신 선교사명과 복음화를 얼마나 어떻게 이루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앞으로 선교화 복음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도 성찰하면서, 우리 인생을 꽃피우고 우리 인생의 마지막을 풍요롭고 거룩하게 완성해 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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