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주간 수요일 ’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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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3-10 ㅣ No.4597

성주간 수요일 ’21/03/31

 

사람은 주 하느님께서 허락하시고 명하신 대로 창조 질서에 협력하여 땅에 씨를 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땅에 묻힌 씨에서 새싹을 돋아나게 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애초에 주 하느님께서 세워 놓으신 창조 질서에 따른 자연의 움직임입니다. 물론 우리가 주님의 뜻을 받들지 않고, 땅에 씨를 심지 않으면 싹도 나지 못하겠지요.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주 하느님을 따르는 우리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말해주십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입으로 주님을 찬미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의 길을 일러주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전하도록, 우리가 전해야 하는 주님 말을 매일 아침 우리 귀에 들려주십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이사 50,4)

 

우리가 전하는 말은 주님의 말씀이고 그 말씀은 복음을 전하는 우리에게나 복음을 듣는 이들에게나 구원의 길을 일러주시는 것이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5)

 

때로는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이들이 우리를 박해하고 중단하도록 하지만,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에 중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6)

 

박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복음의 길에 꾸준할 수 있는 힘은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7) 비록 현세에서는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시듯이 악이 이기는 것으로 비치지만, 결국 예수님께서 새 생명을 다시 받아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주인으로, 주님으로 오셔서 우리를 보증해주시고 우리를 영원한 아버지의 나라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선언합니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8-9)

 

그러나 주님을 배반하는 경우는 외부의 박해가 아니라, 주님 복음 말씀에 대한 우리의 불순명 그리고 우리 믿는 이들의 이기적인 계산에 의한 내부 분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1.23)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라는 그때 그 제자 때문에 유다인들에게 잡히신 것이 아니라, 그의 배반이 아니더라도 주님께서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서는 그렇게 잡혀서 돌아가셔야 할 길이기에 그렇게 잡혀 돌아가신다는 사실을 이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24) 그렇게 배반한 사람의 죄와 벌은 그가 받을 것이자만, 주님은 그 기회에 주님의 일을 마무리하십니다. 우리도 살면서 누구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입거나 박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고 나아가는 길이 악이 지배하는 것만 같은 사회 안에서 겪어야 할 길이기에 그렇게 겪게 되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주님 앞에 서서 주님의 말씀과 사랑의 계명을 외면할 때마다 우리는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25) 라고 얼버무릴 것이며, 주님께서는 그때마다 슬픈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실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25)

 

주님, 저희가 살면서 주님의 말씀을 실현해야 할 그 순간에 저는 빼주십시오.’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하게 해 주십시오.’ ‘주님 이번 말고 다음에 하겠습니다.’라고 외면하며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유다처럼 반문하며 피하지 않고,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라고 하신 이사야 예언자를 본받아, ‘주님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하며 주님 소명을 이루게 해 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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