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새벽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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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6-09-26 ㅣ No.6797

일요일 새벽미사는 매우 힘들다.

일어나는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용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다 해설까지

하니 내자신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어제밤 늦게까지 책을 봐서인지 오늘 새벽은 성당에 와서도 감긴 눈가플이

무거워 쉬이 열리지가 않았다.

"완전히 혼수상태 이구만!"

정신을 겨우 가다듬고  해설대에서 교우들을 바라보니 참으로 많은 분들이

오셨고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띄웠다.

제과점사장님부부,인사재무평의회 임원님,열쇠형제님,

그리고  기획위원장님등등..

엄숙한 분위기속에 주임신부님 집전으로 미사가 시작됐고 곧이어

자비송이 이어지려는데 갑자기 제1독서하는 형제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난감해하고 있는데 대영광송이

이어지자 형제님도 그제서야 잘못된것을 알았는지 제자리로 돌아갔다.

"착각하셨구만....긴장을 많이 하셨나봐! "

화답성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옆자리를 보니 제2독서하는 자매님이

성가를 열심히 부르실뿐 도통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수신호를 보내려하는데 수녀님께서 등을밀어 겨우

자매님을 내보내셨고 내가 올라가시라고 신호를 주었으나 가다가

멈칫 또 가다가 멈칫하였다.

"오늘 미사는 순탄치 않을것 같은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하셨는지  제2독서 자매님의 목소리가  너무 떨려

불안불안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본당 출입구쪽을 바라보니

두분자매님이 머뭇머뭇거리다  고개를 푹숙인채 성당안으로

 슬며시 들어오는것이었다.

"너무 늦으셨네!"

오늘따라 주임신부님의 강론은 매우 힘이 있으셨고 열정적이셨다.

아울러 기분도 매우 좋으셨는지 강론은 아우토반을 질주하듯이

일사천리로 쭉쭉 뻗어나갔다.

한참 잘나가던 주임신부님의 강론은 어느순간 갑자기 급브레이크가

걸렸고 성당안은 무서울정도로 적막감에 휩싸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제대를 쳐다보니 신부님께서

말없이 반대편의 교우들을 무섭게(?) 바라 보고계셨다.

침이 꼴가닥 넘어가다 목에 걸렸고 등줄기가 심하게 경직되며

뜨거워졌다.

"왜그러시지?"

한동안 그렇게 바라보시니 모든 교우들이 신부님 시선방향으로 고개를

돌릴수밖에 없었고 그 근처의 교우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나도 이런말은 하기 싫습니다.여기는 기도하는 곳이고 기도하러

 오시지않으셨습니끼?

그런데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이것은 기본이 안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본을 가지고 얘기할때는 지난것 같은데..."

신부님말씀에 교우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미사분위기도 찬물을

껴얹은양 침울해져갔다.

"띠리리리리~"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며 가라앉은 미사분위기를  겨우 추스리려는

순간 핸드폰의 벨소리가 길게 울려펴졌고 제대의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교우들이 억지로 고역을 참아내는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해프닝이 많았던 미사가 가족및 본당 공동체의 날 기도를 끝으로

겨우 마칠무렵 또다른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고 핸드폰의 주인은

비교적 큰소리로 통화하며 걸어 나갔다.

근처에 앉아있던 수녀님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젖더니

안타까운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미사는 매우 힘들었으면서도   미사의 예절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하는 계기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일방적으로

 무겁지만은 않았다.

신부님께서 강조한 '기본'이란  낱말을 되새김하며 좀 더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신자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결심해본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서둘러 탈의하려는데

바지의 지퍼가 내려져있는것이 눈에 띄웠다.

"환장하겠네! 내자신도 기본이 안되어있으니...주여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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