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제가 집을 두 채가 가지고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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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0-01-20 ㅣ No.421

안녕하세요? 주호식 신부입니다. 본당게시판에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2주 정도 방에 은둔하면서 조그마한 집을 한 채 새로 마련했기에 소개도 할 겸 글을 올립니다. 청년회장님하고 사목회 총무님께서는 벌써 다녀가셨더군요.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시간이 되서면 꼭 한 번 들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아래 글은 새집을 마련하기까지의 공사일지(?)라고 할까요?

제 홈페이지에 쓴 글을 다시 옮겨온 것입니다.

 

 기본 설계

 

200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시간은 어제나 오늘이나 늘 같을 뿐인데. 방학을 하고(뒤에 보면 무슨 뜻인지 나옵니다) 한 보름이 지났습니다. 성탄 판공, 성탄대축일, 설날과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도 지나고 나니 조금은 한가로운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참에 홈페이지나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호기가 생겼죠? 사실 그때까지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생각했나 봅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무작정 공사를 벌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상세 설계

 

드디어 맘을 먹고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턱대고 집만 짓고 집안에 채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허전한 집을 지을 것 같아서 망설였습니다. 사실 특별히 집어 넣을 만한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며칠이 지나고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일 무슨 좋은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고민하다가 드디어 떠오른 생각이, '그래, 가톨릭 관련 홈페이지들을 자세히 분류해서 링크시켜 주는 페이지를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많은 신자분들이 원하는 정보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제가 틈틈이 만들어 놓은 즐겨찾기를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재 준비

 

쇠뿔도 단숨에 뽑으라고 아이템을 정하고 나서 바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금을 투자해서 웹에디터 프로그램을 사고, 관련 책도 샀습니다. 그전에 서점에 들렀을 때 살까말까 망설였었는데, 막상 필요해서 동네 가게들을 돌아다녔더니 파는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안양으로 갔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난곡동 성당(신림 3동)이라 시내보다는 안양으로 가는 것이 훨씬 편하니까요. 마침내 가장 중요한 자재를 모두 준비했습니다. 이미 컴퓨터는 갖고 있었고, 또 홈페이지 계정 역시 GoodNews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GoodNews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초 공사

 

자재를 모두 갖추고 공사준비에 들어간 것이 1월 4일 경이었습니다. 먼저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두 개의 동아리에서 시삽을 보고 있었지만, 전부 서울교구 전산실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것이기 때문에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평소에 자주 보던 HTML이라는 것이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더군요. 그러나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남들이 그러더군요. 요즘은 웹에디터 프로그램이 좋아서 조금만 알면 워드 프로세서 쓰듯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그래서 이틀 정도 죽죽 훑어보았습니다.

 

 외부 골조 공사

 

대충 감이 잡히자 본격적인 뼈대 세우기에 들어갔습니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대충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아는 바가 없어서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둥을 올려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외부 컨설팅을 좀 받기로 했습니다. 근처 당산동 성당에 다니는 학교 동기(어차피 저랑 같은 학년이니까요)를 긴급 호출했습니다. 그 친구가 제 자유게시판 1번을 장식한 고동우 군입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정보통신학과에 재학중인 형제입니다. 동우에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하나 둘 배우면서 기초 골조 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는 돼지고기 목살에 소주 한 잔을 걸치고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7일이 되었습니다. 대충 세운 골조지만 그래도 집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확인도 할겸 전산실로부터 받은 제 계정에 무작정 올렸습니다.

 

 내부 골조 공사

 

이제 집의 외부 뼈대를 어느 정도 세우고 나니까 문제는 내부 골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로 모아졌습니다. 가톨릭 웹사이트에 대한 적절한 분류체계를 세우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둥을 세웠다 부쉈다 여러 차례의 반복되는 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찾아놓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목적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살펴보고 적절한 분류에 넣으려고 하니까 분류가 부적절해서 다시 헐고, 새로 세우고, 3-4일 정도를 집안 큰 기둥, 작은 기둥을 세우는데 쏟아부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내부 골조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조금씩 더 좋은 분류체계로 개선해볼 생각입니다.

 

 인테리어 작업

 

아쉬운대로 외벽과 내부 골조 공사가 어느 정도 끝나서 본격적인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가재도구가 필요하죠? 그래서 이 시장 저 시장 돌아다니면서 좋은 가구들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새로 사온 가구를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배치할 것인가도 무척 고민스러웠습니다. 나름대로 혼란하지 않은 깔끔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 고심했습니다.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끼게 된 것인데, 우리 가톨릭내에 좋은 가구를 만드는 곳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또 놀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미 저와 같은 생각으로 많은 형제자매님들이 좋은 집을 지어서 모든 이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가톨릭 사이트 도우미 만나", 어떤 분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지만, 참 훌륭한 봉사(사도직)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눈에 띄는 가구며 살림살이는 너무나 많은데, 하나하나 전부 사오려고 하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견물생심이라고 다리품을 팔면 팔수록 마음에 드는 곳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사님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난곡동 신학생들이 바쁜 중에도 많은 자료를 찾아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가구는 여전히 나오고, 참 끝도 없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어느 선에서 공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자 보수

 

현관문을 처음 연 날이 바로 1월 15일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지 꼭 열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새집을 오픈했는지 예상치 않던 문제, 링크가 엉뚱하게 제 C 드라이브로 잡혀서 연결되지 않는 항목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지만, 다시 일일이 열어보고 안되는 곳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역시 무조건 "빨리빨리" 하면 부실공사가 되는가 봅니다. 방도 하나 새로 마련했습니다. 인천교구 전산실에 있는 이재학 동창신부님께 방명록을 하나 더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지 보수

 

문패에 제 이름이 붙은 집을 처음 갖고 나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신부에게 자기집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이렇게 집을 소유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집이 생기고 손님도 한 두 분 오니까 제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대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혹시 집에 금이 가고 물이 새거나 한다면 낭패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지속적인 유지 보수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한 번 지은 집은 끝까지 책임지고 유지 보수해주는 건실한 업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차 한 잔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면서

 

제 집을 찾아 주신 분들께 따뜻한 차 한 잔 제대로 대접하지도 못하면서, 응접실 여기저기에 뭔가 달라는 주문만 써놓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언제나 부족하기만 한 제 집에 조금씩 도와주시기를 염치없이 부탁드립니다. 이상 처음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한 신부의 공사일지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다면

 

여러분의 소중한 홈페이지에 제 홈페이지를 링크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가톨릭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집이기에 여러분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링크하실 때는 프레임 전체(http://fr.catholic.or.kr/jhs/)로 하셔도 되고, 아니면 오른쪽 가톨릭 웹사이트 분류 페이지(http://fr.catholic.or.kr/jhs/main_right.htm)만 링크하셔도 좋습니다. 둘 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었으니까 많은 애용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지속적이 유지보수를 위해 가톨릭 웹사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추천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다 읽어주셨으면 한 번 여행을 떠나보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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