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해설별곡(6)-어설픈 봉헌성가

인쇄

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9-08-07 ㅣ No.10239

금요일 새벽미사때.....

한상문 세레자요한 신부님께서 성전에 입장만 하시면 다른신부님보다

긴장감이 배가된다.

한요한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경우에  복음봉독 이후의 순서가

전혀 예측불허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곧바로 봉헌예절에 들어가시지만 이따금 강론을 하시는

경우가 있거나 드물게 자리에 앉아 묵상을 하시곤 한다.

해설자는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멘트를 해야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돌발적이기에 맞추기가 여간 쉽지않았다.

한신부님과의  첫번째 미사에서 강론을 하실줄알고 습관적으로 자리에 앉았다가

바로 봉헌예절에 들어가는 바람에 부리나케 일어나 때늦은 봉헌성가멘트를  

날리는 실수를 했었던 나는 그가 옆을 스쳐지나가자 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침이 꼴딱 삼켜졌다. 

"오늘은 적시에 봉헌성가 멘트를 날려야지!!!!"

 

제1독서가 끝나자 복음환호송이 이어졌고 곧바로 한요한 신부님께서 복음을

봉독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매서운 눈으로 제대를 응시하면서

마이크에 입을 바짝 갖다댔다.

이윽고 신부님의 복음봉독이 마치지마자 봉헌성가멘트를 내보냈는데 아뿔사

신부님께서는 평소처럼 봉헌예절에 들어가는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묵상을

하시는것이 아닌가???

"이런 오늘은 묵상을 하시네!!!"

이미 떠나간 멘트에 봉헌성가는 반주됐고 교우들은 힘차게 성가를 불렀지만

도통 신부님께서는 봉헌예절은 하실 생각이 없는듯 여전히 자리에 가만히 앉아

묵상에만 잠기고 계셨다.

"이런 이를 어째!!!"

불편한 심정을 애써 감추고 해설대앞에 태연하게 서있지만 시선은  멀리 앉아있는

신부님을 향해 고정되있었고 애간장은 더욱더 타들어갔다.

4절의 봉헌성가가 끝나고 또다시 1절로 되풀이 되어 불러지는 순간... 

한요한 신부님께서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그날 봉헌예절이 교우들에게는 평일미사중 가장 길었던 것으로만 기억되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길었기에 가장 면구스러웠던 것으로 머리속에 각인됐다.         

 



14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