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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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22 ㅣ No.10828

94 5월 중순경

게절의 여왕답게 날씨는 화창하면서 따스했고 하늘마저 구름 한점없이 파릇했다.

갈마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규천이의 손을 맞잡고 여러 번 아래위로

흔든후 포옹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한다!!”

형 고마워요!!”

민주는??”

몇번의 파란과 방황,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감행한 결혼이어서인지 규천이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됐다.

민주와의 앙금을 깨끗이 털기위해 신부대기실에 들렀는데 방금전까지 친구들과 환희

웃던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고개를 약간 돌린채 어색하게 목례했다.   

오셨긴 오셨네여!!안 오실줄 알았는데…”

미안타!!앞으로 잘지내자!!!”

글쎄요?!!선배님 하기 나름이지요!!”

“….”

친구들과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는 민주를 뒤로하고 신부대기실을 나서면서

속상한 맘이 머리까지 치밀어 대기실앞의 웨딩사진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환희웃는 규천이의 얼굴을 보며 힘들게 참았다.

저노므 성깔하고는..”

 

 

불편한 마음으로 예식장 정문옆의 기둥에 기대어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데 소식적부터

무던히도 친했던 규천이 엄니가 안좋은  표정으로 다가와 핀잔을 주었다.

진슥이 너는 쟤들 사귀는 것 진작부터 알았제???”

!!”

이놈아!! 니가 형이면 말렸어야제!!!”

그렇쟎아도 수없이 말렸읍니만 남녀관계는 제맘데로 되는게..”

니가 무슨 죄가 있겄냐??

나가 하도 속상해서….잘살아야 할텐데…”

잘살겁니다!!”

어두운 표정의 엄니를 돌려보내고 환한 표정으로 하객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규천이의

모습을 보면서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지핀후 허공에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결혼식장 뒷편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예식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밝은 표정의

규천이와 마주치면 금새 웃음지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주례사를 들으려 그가 돌아서는 순간 나도모르게 지난날들이 생각이 나며 아쉬움에

안면근육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듯 했다.

현미가 저자리에 있었으면..”

예식이 모두 끝난후 퇴장하면서 폭죽과 동시에 꽃가루와 오색종이가 허공을 수놓았고

그사이를 힘차게 걸어온 규천이가 나를 포옹하며 귀엣말로 속삭였다.

!!너무 걱정마세요!!잘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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