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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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22 ㅣ No.10829

서울생활에 찌들어 규천이와  연락을 거의 못하고 지내던 96 12월중순 토요일 오후..

대전의 한 후배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어 황급히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규천이가 별거한지가 꽤되요!!민주씨는 친정에 있고.. 

갸는 대전애서 안영동 거쳐 금산쪽으로 가면 낚시터가 있는데

거기서 살다시피..”

마음이 착잡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후배가 알려준데로 택시운전사를 다그쳐 눈발이 시야를

모두 가릴듯이 휘날리는 낚시터에 겨우 도착할수 있었다.

낚시의 낚자도 모르는 넘이 이게 먼일이래???”

자그마한 인공 저수지에 살얼음이 얼고 눈까지 심하게 퍼부어 대어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철수하여 적막하기 짝이없는 낚시터 맞은편에서 규천이 혼자 소주를 나발불며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웠다.

미친넘!!청승이야!청승!!”

인상을 찡그리며 규천이에게 다가서자 그는 놀란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한후

옆자리를 권했지만 쉽사리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앉아라!!민주는 친정에 갔다는데 맞냐??”

!!”

데리고 와야제!!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어떡해?!!!”

그사람 다시는 안올겁니다!!떠났읍니다

???”

구렛나루와 턱에 수염이 가득한채 그의 얼굴은 며칠 씻지않는듯 초췌하기 그지없었고

눈마저 초점을 잃은채 수전증이 있는듯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소주병을 들어 입으로

쏟아붓듯이 마셨다.

안타까운 맘으로 내팽개치듯 살얼음위에 누워있는 노란색찌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는데 규천이가 통곡하듯이 아픈 울음을 쏟아냈다.

!현미가 보고 싶어요!!!”

임마!!이제와서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

현미에게 보여주려 악착같이 살려고 했는데

이젠 희망이 없어요!!!”

노을이 앞산에 걸려 마지막 붉은 빛을 터트리며 스러질때까지 규천이와 함께 수시간동안

침묵한채 깡소주를 들이키며 앞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먼가 결심한듯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전 떠날겁니다!!”

어디로??”

그것까지는….”

그래 잠시 여행다녀오고..심기일전해서 새출발해!!!”

노을이 이미 사라진 앞산에는 어두움이 짙어갔고 그 어둠은 순식간에 낚시터를 덮어

온세상을 암흑천지로 만들었고 눈발은 그세상을 덮을 기세로 더더욱 거세졌다.

일어나자!!이근처 술집에서 막걸리나 한잔 더하자!!”

돌아가세요!!!저는 어둠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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