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14,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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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24 ㅣ No.10833

2010 12월 중순...

내부장식이 제법 럭셔리한 호프집으로곰보아줌마와는 비교도 안되게 아리따운

아가씨로 바뀐 그때의 그 술집을 찾았다

먼저와있던 현미와 반갑게 악수를 하며 앉으면서 유난히도 많이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대만에서 언제 나왔니??"

"2달전에요!!!"

양볼에 살이 약간 붙었지만  볼우물이 깊게 패이며 지긋이 웃는 눈가에서

베어나는 귀여움은 여전했다.

"그대로네!!"

"저두 많이 늙었지요!!선배님은 여전하시네요!!" 

대만에 유학간 그녀는 그곳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중국어를 강의하다 동료 한국인

강사와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와 살려고 아파트를

구하러 다닌다는 근황을 알려주었다.

"한국의 집값이 왜이리 비싸요!!서울은 엄두도 못내서..대전으로.."

"글쎄말이다!!"

이른시간(저녁7)이라 안에는 손님이 뜸했고 대부분의 고객이 학생이어서인지

소녀시대,카라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현미는 들릴듯말듯한 소리로 노래를

따라불렀다.

의외다!!요즘 아이돌 노래를 따라부르다니…”

대만에서도 엄청인기예요!!”

그래??”

"선배님! 규천이는 어떻게 지내요??"

신청곡인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호프집안을 흐르는 순간 갑작스러운 현미의 물음에

목으로 흘러들어가던 맥주가 역류하는 느낌이들며 술잔을 힘없이 툭내려놓았다.

"선배님 왜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한국에 오자마자 규천이가 자꾸 꿈에 밟혀서소식을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혹시나 선배님은 아실것 같아서..."

"규천이는..."

그의 생각에 갑자기 손이 떨리년서 잔이 흔들렸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애써 숨기며 떨어지지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좋은데로 떠났어!!"

좋은데라면???”

하늘나라로…”

아이!선배님두!그런 농담을!!”

나의 표정이 매우 심상치않음을 느낀 현미는 매우 충격을 받은듯 안색이 하얗게

변해갔고 믿기지않은듯 고개를 가로젔더니 이내 두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14년전  낚시터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 되버렸어!!

그로부터 일주일후 집에서…”

?죽었어요!!??”

가정불화에 우울증이 겹쳐서!!!”

규천이 불쌍해서 어떡해요!!!!”

현미는 고개를 떨군채 더욱더 소리내어 울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호주머니의 손수건을 건네자 그것은 금새 눈물로 흥건히 적셔졌다.

낚시터에서 너를 보고싶다고 했는데..그게 마지막이 될줄은…”

바보같이 죽기는 왜 죽어요!!!”     

떠난다기에 여행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죽음을 의미한거야!!!”

규천이는 정말 못났어요!!못났어!!”

현미는 고개를 숙인채 목놓아 울었고 그소리가 애뜻한 겨울나그네의 선율과 어우러져

한참동안 그칠줄 모르자 맞은편 테이블의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으나 무시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복받쳐오는 슬픔에 울음을 그치지못했던 현미는 다소 진정이 되는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후 맥주가 반즘 남긴 호프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도 있겠네요?!!"

"아들하나!

지아버지 영정앞에서 아자아장 걸었었는데..

고놈도 꽤 컸겠어!!14년이 지났으니까..”

9시가 갓넘은 시각에 현미와 악수를 한뒤 가벼운 포옹으로 헤어지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녀는 손을 흔들며 뜻밖의 말을 건넨후 총총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선배님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규천이와 결혼했을지도 모를텐데.."

"머라구?!!농담하지마라!!!"

둔기에 맞은양 어이없어 하며 한동안 그자리에 서있다가  눈발이 흩날리는

충남대후문의 오솔길을 상념에 잠기며 천천히 걷고있는데 벌겋게 타들어간

담배의 재가 하나둘씩 떨여져 눈과함께 바닥으로 스러져갔다.

"결국 내가 죽일 넘이군!!나 때문에 둘이 헤어졌으니..

그나저나 오늘 같은 날!! 규천이가 있었으면…"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너무나도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규천이가 너무나도 보고싶고

안타까워 한숨섞인 담배한개비를 또다시 입에물고 연기를 허공속으로 크게 내뿜었다.

"바보같은 친구!!

머가 그리 바쁘다고 나그네처럼 떠나노???”

검은색 반코트의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놓은채 함박눈이 펑펑내리는 눈길을

즈려걸으니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의 애절한 선율이  달빛에 투영되 반짝이는

백색의 눈위로 흐르다 하늘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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