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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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1-28 ㅣ No.10811

87 8월 중순

고려대 뒷산에 자리잡은 예비군 교육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나는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지난번 받은 규천의 편지를 또다시 읽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면서도 다가서지를 못하고 현미의 주위를 맴돌기만했던 규천이는 결국 군에

입대해서도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빙신같은넘!!기회있을 때 확 나꿔채여지!!!

이자식 이러다 탈영하는 것 아냐?!!걱정되네!!”

오만상을 찡그린채 담배 한 개비를 꼬나물고 라이터 불을 그으려는데 후배 최상병이

부리나케 사무실로 튀어들어왔다.

류상병님!면회왔슴더!!”

면회?놀리지마라!면회 올사람 없다!

울엄니는 지난번 휴가때 웬만하면 휴가 고만 나오라고 했는데

혹시 엄니가 왔나??”

아닙니더!!아가씨인데요!!

위병소 가보시소 마!!!”

허걱!아가씨???혹시???”

지난번 일요일 종교행사때 고려대옆 시장통에 있는 정다방에 들러 미쓰김하고 노닥거리다

심심하면 부대 한번 놀러오라했는데 정말 놀러왔나보다.

이것이 그렇다고 진짜 면회를 오면 어떡하냐!!!”

주황색 체육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위병소를 향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연달아

터져나오는 실소를 금할수 없었다.

선배님!!!”

허걱!이건 머지??”

현미의 뜬금없는 출현에 너무 놀라 마네킨이 된듯 그자리에 정지하고 말았고 둔기에 뒤통수를

맞은듯 정신마저 혼미하기까지 했다.

이게 웬일??”

선배님 보러왔죠!!!”

난처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면서도 초라한 몰골에 챙피하여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최상병이 외출증을 끊어 건네주었다.

좋은걸로 끊었읍니다.외박!!”

외박까지 끊을 필요가 없는데…”

즣은 밤 되시길…”

최상병이 한쪽 눈을 찡긋 감은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기에 팔한쪽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자 그는 깔깔대며 상황실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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