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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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02 ㅣ No.10815

현미의 갑작스런 면회사건(?) 나에게  충격을 안겨졌지만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지나쳐버렸고 속절없는 시간만 흐르고 흘러 현미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희미해질

무렵이던 88 12월 어느날...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취업공부 한답시고 충남대 중앙도서관을 들락달락할때

우연히 휴게실에서 현미를 만났다.

"선배님 제대하셨어요?!!"

"정말 오랜만이다!!"

갈색긴머리에 약간 퍼머를 해서  청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받았고 곱게 차려입은

검정색 세미정장이 성숙미를 더했다.

너무도 성숙하게 변한 현미의 손을 반갑게 맞잡으며 흔드는 순간 나도모르게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드는듯했다

"밥묵으러 가자!!"

공부하셔야 되는것 아녜요??”

내일부터 하면 되지??”

거의 2년여만에 술집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곰보아줌마가 반가운듯 손을잡으며

수다를 떨었고 현미의 얼굴을 보자 내 어깨를 툭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애인이야!제대하더니 여자하나를 딱 낚어 챘구만!!!"

"?..아닌데..."

"아니긴 머가아냐!오늘도 막걸리와 라면이지?

특별히 계란후라이 써비스 해줄께!!"

현미와 막걸리를 몇잔 주고받으면서 순간순간 생각에 잠기는 그녀의 표정을 자주

읽을수 있었고 먼가 할말이 있는것같은데 주저하는 느낌마저 간혹 들었다.

"규천이 다시는 안볼거야?!!"

"저는 그냥친구로 만나고 싶은데...."

" 본격적으로 사귀보지! 규천이 괜챦은 놈인데..."

"싫어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있어요!!!”

그런데 그사람은 전혀 눈치를 못채고있어요!!”

저런!멍충한 놈이 있나??”
그사람!! 정말 바보죠??

그사람에 대한 원망이 가득찬듯 현미의 눈망울에 약간의 이슬이 맺힌 것 같아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다음 담배 한 개비를 꺼내물고 허공에 연기를

내뿜었다.

규천이는 제대했어요??"

"얼마전에..."

그녀는 명랑하게 얘기를 하면서도 눈망울에 맺힌 자그마한 이슬은 지워지지를 않았고

이따금씩 싸릿눈이 휘날리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선배님은 제가 면회간 이후에 마음이 편하셨어요??!!!”

글쎄다!!”

저는 맘접느라 고생했는데…”

“????”

현미의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간의 맘고생에 대해 미안하고 난감하여

막걸리를 반즈음 들이키다가 식탁위에 슬그머니 내려놓은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민생고좀 해결하고...". 

술집밖에 서서  휘날리는 싸릿발을 보며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가 

아직도 방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규천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흔들리던 맘을

강하게 고쳐 잡았다.  

화장실옆의  공중전화기에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고  그녀가 보지못하도록 등을 돌린채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여기 학교앞 술집인데...나와라!!현미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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