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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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08 ㅣ No.10817

규천이와 현미를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나의 노력이 당연하듯  둘사이는 여전히 평행선만

달린채 이별의 시간이 점차 다가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  90 1월말에 특단(?)

대책을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현미를 여러 번 설득하여 세명이 부산으로 12일 겨울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첫월급을

탁탁 털어 한국콘도와 기차표까지 예약하는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후 D데이날 오후3시경

대전역앞  포장마차에서 뜨거운 오뎅국물을 한잔 들이키며 펑펑내리는 눈을 향해

탄식하듯 중얼거리자 규천이가 다가가 어깨를 툭쳤다.

이게 먼짓인지 모르겠다!!”

미안해!!!나때문에…”

여하튼 오늘 승부를 봐!!

현미가 기분이 업되게 술을 잔뜩 먹인후

친구만나러 조용히 사라져 줄테니께 너는 경치좋은 겨울바다를 기경하면서..

속깊은 얘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스킨십도….”

!!일이 잘될까??”

빙신!!현미가 원하는 것은 와일드한 싸나이 모습이야!!임마!!”

두분이 무슨 비밀얘기를 그리 심각하게 나누세요???”

허걱!!”

검은색반코트에 보라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현미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서자

두사람은 도둑이 제발저린듯 머리를 굵적이며 난감한듯 시선을 피했다.

 

한국콘도앞 조개구이집에서 작심한데로 현미에게 술을 계속 권했고 그녀는 오늘따라

술발이 받는지 주는즉시 원샷으로 일관했다.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두사람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아 슬며시 자리를 뜨려하자

현미가 내손을 잡고 다소 혀꼬부라진 소리로 제지했다.

어디 가시게요??”

..응 부산에 친구가 있어서..잠깐만 만나려고…”

바로 오셔야 되요!!그렇치않으면… “

그렇치 않으면???”

됐어요!! 가보세요!!!”

 

다음날 아침 한국콘도로 가보니 예상외로 현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초췌한 모습의

규천이만 멍안히 앉아있었다.

방안에는 대여섯명의 술병이 어지럽게 뒹글고있고 재털이에는 수많은 꽁초가 넘치도록

가득차 그주위로 담뱃재가 수북히 쌓여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밤새 술펐냐??”

!!”

현미는??”

어제 밤늦게 대전으로 올라갔어요!!”

!!!”

형을 기다리다가그냥 올라갔어요!!!”

붙잡던지..따라가던지 해야지!이 빙신아!!!”

규천이의 눈에서 닭똥만한 눈물이 흘러나와 양볼을 타고 방바닥으로 연달아

떨어져내렸고 그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한동안 애처롭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현미가 이제 그만 만나제요!!!

형도 안만나겠답니다.”

통곡하듯 우는 그에게 다가가 담배 한 개비를 건넨후 라이터불을 붙여주고 흔들리는

등을 탁탁 두드려주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말없이 서있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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