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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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2-10 ㅣ No.10821

90년 2월 25일

충남대 졸업식에서 부모님,친지,규천이등과 함께 영탑지등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는데 법대앞에서 서성이는 현미를 어렵사리 발견할수 있었다.

웃으면서 다가오고는 있지만 핏기없는 얼굴에 많이 야위워 보이는 볼살이 그간의

맘고생을 대변하는듯했다.

"선배님 졸업을 축하해요!!!"

"고맙다"

부모님과 친지들이 자리를 피해주며 속삭이셨고  규천이는 반가움과 어색함이 교차되는듯

어정쩡하게 주위를 서성였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미안타!!"

"선배님두 별소리를..저 3월에 대만으로 유학가요!!"

"머??"

"축하겸 작별인사하러 왔어오!!"

차가운 손으로 꽃을 건네준후 돌아서는 현미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규천이와 악수하며

헤어지는 그녀의 어깨는 심하게 흔들렸다.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금 잡지못하면 영원히 못 만날것

같은 느낌과  잡을수도 없는 무력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마음을 무척 심란하게했다.

 "규천아!현미좀 데리고 와라!!

유학가는데 환송회겸 술한잔 해야하지 않겠냐??."       

 

 

규천이는 현미를 잊지못해 수년동안 지독하게 방황을 했다.

그의 맘을 달래주려 수차례에 걸쳐 그술집을 찾았고 취직한후라 좋은 안주를 시키자

곰보아줌마의 써비스는 더욱더 각별해졌다.

 

현미의 이름마저 기억에서 잊혀질 무렵인 1992년 겨울..

규천에게서 술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의 옆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다소곳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웠다.

"안녕하세요!말씀 많이 들었어요!! 민주예요!!"

"민주? 반가워요!!"

얼핏보면 갸름한 얼굴선에 갸날픈 몸매가 현미와 매우 흡사했지만 첫인상이 그녀와는

많이 달랐다.

안타깝고 씁쓸한 맘에 애궂은 막걸리잔만 이리저리 돌리며 그와 그녀에게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려 시선을 애써 피했다.

그녀가 화장실로 향한 사이 규천은 나의 눈치를 한동안 살피더니 나의 잔에 막걸리를

부으며 말을 걸었다.

"맘에 드세요?!"

"현미를 못 잊었구나?!현미와 비슷한 여자를 구한것 같은데..

너무 틀려!!특히 눈이..."

"눈이 어째서???"

"현미처럼 선함이 없어!!표독스러운 느낌??헤어져라!!!"

"형님!!저는 그리못합니다.그녀를 진정 사랑하고 있어요!!!"

"임마!!너는 민주를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현미를 못잊어 민주를 통해

그녀를 억지로 잊으려는 거야!!"

"형님!!"

"좀더 심하게 얘기하면 남자를 잡아먹을 인상이야!!임마!!"

"형님 말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합니까???"

"이노므 자식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대드는 규천이를 향해 뺨을 한대 올려부친후 막걸리를 얼굴에

패대기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당혹스런 표정의 민주와 얼굴이 마주쳤다.

"아가씨와 규천이는 어울리지 않아!!당장 찢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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