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3주간 화요일 ’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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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2-23 ㅣ No.4558

사순 제3주간 화요일 ’21/03/09

 

살면서 생각해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받고 살고 있는지. 비단 주 하느님에게서만 용서를 받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죄악과 실수 그리고 나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폐해를 끼치면서도 가족과 친지, 이웃, 사회로부터 많은 용서를 받고 삽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는 참으로 배은망덕한 사람입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이스라엘은 이민족의 땅으로 끌려가서 다니엘 예언자를 통해 고백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시어 저희를 끝까지 저버리지 마시고 당신의 계약을 폐기하지 마소서. 당신의 벗 아브라함, 당신의 종 이사악, 당신의 거룩한 사람 이스라엘을 보시어 저희에게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 당신께서는 그들의 자손들을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다니 3,34-36) 그런데 이 기도를 들으면서 이 기도가 뉘우치는 기도인지 매달리는 기도치고는 지나치게 뻔뻔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아마도 주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사실 이렇게도 뻔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만 해도 모자랄 터인데, 주 하느님의 약속을 빗대면서까지 애절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정말 주 하느님으로서는 저버릴 수조차 없는 안타까운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이어서 자신의 죄악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37) 그러고는 죄로 인한 벌의 두려움 속에서 떨며 다시 주님의 사랑 안에서 거두어달라고, 회개와 통회와 결심을 내비치며 주님의 자비를 간구합니다.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소서. 당신의 호의에 따라,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따라 저희를 구하시어 주님,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41-43)

 

이러한 죄의 고백은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통회할 수 있었을까? 우리 같으면 우리가 운이 없어서또는 재수가 없어서또는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것을 가지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을 할 만도 할 터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실수와 죄악을 고백합니다. 아마도 이스라엘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요. 두고두고 생각해 보니, 그리고 이렇게 항변을 하고 저렇게 핑계를 대도 안 되니까, 결국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었겠지요.

 

그러한 배은망덕한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아시기에, 주님께서는 오늘 자신은 용서를 받았으면서도 자신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지 않는 배은망덕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모습을 비유로 들어 일깨워 주십니다. 그러시고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마태 18,22.35) 라고 이르십니다.

 

오늘 우리는 또 주님 앞에 서서 고백합니다. 저는 주님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목숨을 바치시면서까지 살려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주님의 넘치는 은혜를 받은 저희는 주님의 말씀과 계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실히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용서조차 못 하는 어리석고 좁은 마음을 부둥켜안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비로우신 주님, 주님의 커다란 사랑으로 저를 휘감아 주시고, 주님 사랑의 힘으로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변화시켜 주시어, 용서받고 용서하며 하나 되어 화목하게 살게 해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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