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겨울나그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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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1-01-21 ㅣ No.10806

1986년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규천이는 틈만나면 현미를 만났고 나는 허구헌날 술집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며 신세한탄을 하다가 옆에 설치된 오락기에 50원을 집어넣고

갤러그 자판을 두들기며 시간을 축내곤했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러 꽃샘추위가 더욱 시샘을 부리는 2월말에...

사정없이 떨어지는 적군을 향해 오른손으로는 마구 총알을 쏘아대고

왼손으로는  제비처럼 날쌔게 피해가며 입에 거품을 내뿜고있는데 웬지 뒤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니 뜻밖에도 규천이가 팔짱을 낀채 서있었다.

"웬일?청춘사업에 한참 바쁠텐데..."

"형에게 할얘기가 있어서.."

"그래??막걸리나 한잔 하자!!"

함박눈이 내리는 창문을 보며 말걸리 한잔을 따라주니 그는 벌컥들이켰고

또잔을 따라주니 벌컥 들이키며 연달아 세잔을 거푸 들이켰다.

"너 왜그래???먼일있어??"

"!!현미를 사랑하는데...사랑하는데..."

"그런데???"

"현미는 나를 사랑안한데!!그냥 친구로서 지내재!!"

"무시라!!이런 거시기한 경우가 어디있냐???"

그간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규천이는 막걸리 몇잔을 연달아 마시더니 탁자위에

엎어져버렸고 그런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감함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다고 이겨울에 여기서 잠들면 어쩌란 말야!!택시비도 없는데...

그나저나 현미 전화번호가 몇번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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