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2주간 목요일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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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3-11 ㅣ No.4173

사순 제2주간 목요일 3/12

 

살면서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겠고, 나름의 고민과 고뇌 속에 빠져있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되돌아보면 부모 밑에서 고이고이 사랑받고 귀염받으며 참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왔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제게 있어 예수님의 오늘 말씀은 참으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설명하십니다. 아 세상에서 매일 잔치를 벌이듯 호의호식하는 부자와 그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먹으며 개들까지 와서 핥아대는 종기투성의 몸으로 배를 채우는 라자로가 살았습니다. 그러다 죽어서 라자로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아브라함 곁으로 가고, 이름도 없는 부자는 저승에서 고통을 받습니다. 부자가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루카 16,24)라고 애원합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25-26)라며 안타까운 말을 전합니다.

 

부자는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나마 자기 가족들을 생각하며 아브라함 할아버지에게 재차 청합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27-28) 그러나 아브라함 할아버지는 그나마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31) 아마도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들어주실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설사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을 보내준다고 해도, 다섯 형제가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귀와 영화를 포기하거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면, 그야말로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십 년만 젊었으면 좋겠다고 현실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정작 십 년 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아무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하거나 나누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늙으면 늙을수록,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와 위협의 순간에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기대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을 넘어서는 내세가 엄연히 있고, 죽음을 넘어서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 우리 가슴 속에 깊이 다가오고 스며든다면, 그리고 그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을 주님께서 이끌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가 믿고 따른다면 우리는 오늘의 불안을 넘어 평화의 나라를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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