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만찬 성목요일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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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4-08 ㅣ No.4210

주님 만찬 성목요일 4/9

 

언젠가 한 번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총장 신부님께 리더십이 무엇인지 여쭈었습니다. ‘어떤 것을 리더십의 중점 사안으로 여길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어떤 이들은 윗 사람이 나를 짜를 수 있다.”라는 두려움을 주어야만 일을 열심히 한다고도 합니다.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기를 바라지만, 알아서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혹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어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다른 곳에 신경 쓰느라’, ‘자기가 하던 대로 하고 싶어서’,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여겨서 제대로 알아서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잘 대해 주면, 더 잘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대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보시면서 이런 리더십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실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회경제적으로 고급이나 상위급 사람들을 제자로 삼지 않으시고, 보기에 따라서는 중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어부들을 주대상으로 제자들을 뽑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떠나시면서 그들에게 예수님 최고의 리더십을 보여주십니다. 에수님은 떠나시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모범으로 발 씻어주기를 택하셨습니다. 그 리더십을 사람들은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아시고는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십니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십니다.”(요한 13,4-5)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베드로는 어떻게 내가 주님의 발을 씻어 드려야지, 주님께서 내 발을 씻어달라고 맡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6) 라고 하면서 자신의 발을 내밀기를 주저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수님의 뜻을 명확히 전하십니다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7) 그래도 베드로가 알아듣지 못하고 예수님께 재차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8) 하고 말립니다. 베드로는 당시 사회에서 주인이 종의 발을,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의 발을 씻어주실 수는 없다고, 그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여겼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는가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8)라고 선언하십니다. 그제서야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응합니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9)

 

예수님께서는 발을 다 씻어주신 다음 제자들에게 리더십에 대해 일러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12-15)

 

우리는 새로운 직장을 얻을 때나 새로운 상사를 만날 때,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편하고 좀 더 낳은 조건에서 일하게 될지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를 만나는 사람은 어떻까요?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나를 통해 더 많은 선익을 얻기를 기대할 것이며, 사회경제적으로 말하면 적은 임금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경제사회적 조건뿐만 아니라 문화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역시, 우리가 우리의 좀 더 낳은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에 중점을 두기보다, 좀 더 낳은 인류사회적 계발과 성숙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게 된다면 좀 더 낳은 리더십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또한 단순히 입장바꿔 생각해보기라는 이해관계의 역할 교체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나의 동료이자 협조자이며 수혜자이며 공동상속자인지, 아니면 나의 일을 수행하고 목표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요 요소인지도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교 사목적 관점에서 내가 하고자 하고 얻고자 하는 일이 목표와 대상을 가지고 달성하고 획득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목표와 대상이 사람 그 자체요 이루어야 하는 관계인지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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