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비물질적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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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beum1188] 쪽지 캡슐

2010-12-30 ㅣ No.10779

제목: 영
 
눈을 떠보니 새벽 두 시
꿈이었다.
넌 왜,명절날만 되면 피식 쪼개고 내 꿈에 나타나는거냐?
내 직감으로는 넌 아직도 구천에서 배를 곯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지금의 내 사정은 엉망이다.
니 처는 재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는 잘 나가고 있더라.
그리로 구걸해보는게 나을턴데
굳이 해마다 나를 찿아오다니...
 
초등학교를 나오고 곧바로 읍내서 통닭집을 하던 명식이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지 어느덧 이십년이 넘었다.
철마다 고향엘 내려가면 나를 붙들고 내뱉던 말
넌 배웠다는 놈이 청와대 한 번 못들어가고
맨날 사기만 당하고 떠도는 신세냐!
쇠주잔을 부딪치다보면 새벽 두시가 되고
아침이 오면 불알친구 명식이는
팔다남은 통닭으로 죽을 쒀서 식구들과 연명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령께서 나에게  자선을 베풀라는 해몽을 주셨다.
여보!  이번 토요일에 강교수 딸래미가 결혼을 한데요.
청첩장을 받고도 못가면 내 밥줄이 날아갈수도 있어요.
오늘따라 유도심문이 없는것을 보니 아르바이가 완벽했나보다
난 처로부터 오만원을 삥땅쳐서
명식이의 위령미사를 신청하러 나섰다.
삼성산 성지가 기도빨이 잘 먹힌다고 들었는데 사실일까?
명식이 생일이 시월에다 성격도 그 성인과 비슷하니
이참에  세례명도 봉투에 써줄까. 함명식 프란치스코 라고
목적은 그의 영혼치료를 위해서...
 
몇달후에 응답이 왔다.
명식이가 엉엉울며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저 늠도 울 때가 다 있네.
억울하면 돈을 벌어야지,짜식! 울긴 왜 울어!
명식아!
이리온나!
오늘은 딱 한 병씩만 흘리자!
눈을 떠보니 새벽 두 시
꿈이었다.
머리맡에 있던 성서를  얼른떠보니
코린토 전서 2장 11절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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