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동창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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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7-11-10 ㅣ No.8361

퇴근하려는 데 고교동창회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전 내려간다며.."

"후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토요일 아침일찍 내려가려구.."  

 그나저나 병석이 연락처는 알아봤냐?"

"병석이가 누구냐?우리 동창은 맞긴 맞는거여?

아는애가 아무도 없어!!! 혹시 죽은것 아녀?"

"재수없는 소리를...동창중에 죽은 사람도 있냐?"

"생각보다 많어!! 간이 나빠서 죽은애,우울증앓다가 자살한 친구,

심지어 비행기 폭발사고로 ...."

"저런!! "

"이건 아무것도 아냐! 더욱 기가막힌일은 신혼여행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부부가 나란히 저세상에 간 친구도 있어"

"쯧쯧!! 이름이 먼데..."

"글쎄 이름은 모르겠어..하도 오래된일이고..소문만 들었어"

최병석은 고교때 가장 친한친구로 주말마다 그의 집에 놀러가 밥도 얻어먹고

마루에 대자로 누워 잠자기도하고 가끔 그의 어머니의 막걸리를 훔쳐마시기도

했다.

어쩌면 병석이는 동창이 아니라 형제지간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였다.  

"내가 무심하기도 했지....병석이와 어머니는 어케 변했을까?"

 

 

토요일 오전...

방송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새마을열차에 올랐더니 소화가 안되는지 연신

진한 트림이 터져나왔다.

운이 좋아서인지 옆자리에 빨간 투피스차림의 아가씨가 자리하였고

그녀의 진한 분냄새에 트림이 싹가시면서 기분마저 상쾌해지는것 같았다.

기차는 영등포역을 서서히 출발하여 수원을 향하여 빠르게 달렸고 차창밖으로

대형건물,철공소등이 느리게 펼쳐지다  시원한 논들이  바삐 지나갔다.

높게 쌓인 누런 볏집단옆에서 서너명의 아이들의 무언가를  구어먹으려는지

나무덤불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수명의 아주머니들이

허리를 구부리며 이삭을 줍고있었다.

"아직도 이삭을 줍는 분들이 있네..병석이 어머니도 바지런하게 이삭을 주웠었는데 ...."

눈을감으니 28여년전의 아름답던 추억속으로 점차 빠져들어갔고  그것은 곧 절실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아프게했다.

병석이네 집은 대전시 문화동 야산 주위에 위치했으며 집옆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뒷편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우측으로는 두마지기가 족히넘는 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집에 놀러가 공부도 했지만  공부보다는 실개천의 커다란 돌을 드러내 가재를 

잡거나  팬티만 걸친채 멱을 감는등 노는것이 주목적이었다.

병석이 어머니는 아침나절에는 밭일,논일을 한다음 하루종일 선지를 머리에 인채 

동네를 주욱 돌았고 해질녁에는  다시 논밭으로 나가  김을 매곤했다.

어느날 병석이와 야한그림책을 훔쳐보다가 어머니에게 들켜 호되게 혼이나

머쓱한 표정으로 용서를 구한적이 있었다.

10여년전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저세상에 보낸후부터  병석이 어머니는 속상한 일이

생기면  깍뚜기를 안주로 삼아 막걸리를 한병씩 드시면서 눈물짓곤했는데...

그날도 속상하신지 막걸리를 드시면서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시는데

내가 옆에서 젖가락으로 장단을 두드렸더니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환한웃음을 지며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으이구 우리 큰 아들...엄마가 선지국 끓여줄까?"

"예스"

"영어두 잘하구.."

무우와 콩나물,우거지가 많이 들어가 유난히 국물맛이 시원했고 입안에서 툭터지는 듯한

선지와  쫄깃한 소내장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맛이 환상이었다.        

그로부터  3년후 병석이가 고려대학과 법학과에 합격을 하자 신이난  어머니는

동네잔치를 열어 동네사람들에게 맛있는 선지해장국을 대접했다.

그날 병석이 어머니에게 막걸리를 한잔 따라드리며 축하인사를 한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아저씨 좀 일어나보세요!!!"

정신이 들어 개스츠레한 눈으로 쳐다보니 빨간투피스 아가씨가 언쨚은 표정을 지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주무시려며 곱게 주무시지요!!..왜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고 그러세요!!!

입에 침까지 흘리고.... "  

"아가씨가 까칠하기는..."

 

 

병석이네 집이있던 자리를 어림짐작으로 찾아봤지만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어

도통 어디가 어디인지를 알수가 없었다.

실개천은 이미 복개된지 오래였고 논과 밭에는 온통 아파트가 자리했고

야산도 깎여져 한창 공사중이었다.

"저집같은데..."

아파트와 상당한 거리를 둔채  외롭게 떨어져있는 낡은 스레트지붕의 집이있어

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몇번 질렀지만 인기척이 전혀 없었고 스산한 가을바람에

빨레줄의 웃들만  심하게 나풀거렸다.

하는수없이 고개마루를 내려와 동네 구멍가게에 둘러 사이다 한병을 벌컥들이켰다.

"목이 많이 마르셨나보네...이 가을에.."

칠순을 되보임직한 주인아주머니가 껌을 씹으면서 거스름돈을 주려 손을 내밀었다.

"혹시!! 이동네에 살던 최병석이네를 아세요!!! 어머니가 선지장사를 하던..."

"알다마다요"

"아직도 여기에 사나요!!!"

"살지요!!! 누구신데... 병석이네를 찾아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주머니는 한동안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못하더니   

진정을 되는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동창이라 얘기하는데...병석이는 15년전에 행정고시를 패스하자마자

초등학교 선생과 결혼식을 올린다음 자동차를 몰고 전국일주 신혼여행을 갔는데..

그만 경주에서..."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못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차마 보지못하고 공연히 먼하늘을

바라보며 너무도 무심했던 나자신을 질책하고 질책했다.

"저기 저위의 외딴집인데..가보셨어?!!"

"안에 아무도 없는것 같던데..."

"이노므 여편네...또 아침부터 막걸리 마시고 잠들었군.."

병석이 어머니는 그때의 충격으로 가끔씩 실성을 하시며 하루도 빠집없이 막걸리를

드시며 칩거하며 지내신다는 얘기를 들을땐 마음이 더더욱 아파옴을 느꼈다.

"같이 올라가 보실래요!!!"

"아닙니다! 제가가면 병석이가 생각나 더욱 더 가슴이 아프실것입니다."

대전역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아픈 눈물이 주루룩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고

안타까움에 기사아저씨에게 끊었던 담배한개피를 빌려 입에물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찾지않는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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