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조문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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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07-12-06 ㅣ No.8467

11월 15일(목) ...

밤11시가 넘었다.

평소같으면 잠자리에 들시간인데 지금은 남원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박옥수 아삐아노 운평회장님께서 따라주는 소주 한잔을 받고있다.

"남원이 멀긴 머네요!!!"

"그렇치요!! 저녁 8시에 출발했으니 12시가 넘어야 도착할거요"

어느 창문틈에서 스며들었는지 몰라도 소똥냄새가 지독한걸로 보아 아마도

남원주위의 어느 시골마을을 달리고 있는것 같다.

버스 맨뒷좌석에 마련된 테이블 주위로 고요한총무단장,전숙자루시아,

김홍분마리아,안이순데레사,최창수프란치스코,김여심요안나자매등이

모여앉아 전날 방영된 `PD수첩 나주 성모동산'에 대해 한창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일이...."

교우들은 이구동성으로 어제의 고발내용에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주잔을 몇잔을 거푸 받아마셨더니 금새 취기가돌아 잠을 억지로 청했으나   

눈만 더욱 또렷해져 슬그머니 뒷좌석에 합석했는데 운평회장님 부인이신

김여심요안나 자매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운평회 위원장님들은 하나같이 잘생겼어요!!!"

"무신 과찬의 말씀을...회장님이 가장 잘생겼쟎아요"

"호호!! 어쩌다 제자랑을 하고 말았네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최창수프란치스코 부회장님이 안주로 나온 쏘시지를

질근질근 씹더니 소주한잔을 급히 들이켰다.

"저같이 못생긴 사람이 운평회에 있으니까 다른사람이 빛나는겁니다."    

"무신 말씀을.."

맨앞좌석의 운평회장님은 고요한총무님을 불러 무언가를 논의하는것 같았고

그옆의 임기수요셉기획위원장님은 눈을감은채 명상에 잠겨있는듯 했다.

"드뎌 도착했다."

"장장 4시간만이여!!! 12시30분에 도착했으니..."

 

 

생각보다 넓은 부지의 남원의료원은 병원이라기보다 공원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조경이 완벽했을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수은등이 깊어가는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고있었다. 

1층에 마련된 양세호님의 조문실앞에는 각계에서 보내온 대형조화가 

질서정연하게 정열되었었고 매우 늦은밤임에도 불구하고 조문객들이

줄을지어 입장하고 있었다.

"저기 이성국바오로 난곡성당 주임신부님께서 보내신 조화도 있고...

허걱!!! 한요한길동성당 주임신부님께서도 조화를 보내오셨네여!!!"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권태익대건안드레아 방지거회장님이 가벼운 탄성을 지르자 다른 교우들도

고개를 돌려보더니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며  조문실에 하나둘씩 입장했다. 

4형제중 장남인 양해명베드로 형제님을 비롯한 상주들과 맞절을 하고

식당으로 향하는데 전숙자루시아총무님이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양베드로 형제님이 장남아니어요?"

"왜요? 장남인걸로 아는데..."

"그런데 동생들보다 훨씬 잘생기고 제일 젊어보여요!!"

"좋은걸 혼자 다먹어서 그런가봐요!!!"

"킥킥!!"

14명이 한꺼번에 조문을 마치고 구석에 마련된 식탁을 전부 차지하여 앉으니

버스안에서 본것과는 달리 상당히 많아 보이고 웅장(?)해보였다.

돼지고기 수육에 시원한 북어국으로 밥을 한공기 뚝딱 헤치우고 소주를 몇잔

연거푸 들이켰더니 속이 짜르르하고 정신이 헤롱헤롱하면서 입에서

진한 트림이 터져나왔다.

"그만 마시라는 신호이구만...내일 출근도 해야되니까.."

오랜만에 만난 전미진안젤라 자매님이 소주를 한잔 권하는 것을 정중이

사절하여 그녀가 약간 무안해하던차에 운평회장님이 술한잔을 권하는것이었다 .

별수없이 소주잔을 받아 마셨더니 전안젤라 자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아니나다를까 입에서 볼맨소리가 터져나왔다. 

"내가 권할때는 안마시더니..."

"자매님이 권할때는 속에서 안받더니 회장님때는  술이 댕기는거야..

지금도 댕기는데 한잔 받을까요?'

"싫어요!!"

평소보다 무척 수척해진 양해명베드로 위원장님이 운평회장님께 정중이

한잔을 권했고 회장님은 이것저것 물으며 다시한번 애도의 말씀을 전했다.

"부친께서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81세이십니다...5년만 더 살으셨어도..."

양베드로의 형제님의 얼굴에는 아쉬움의 표정이 묻어났고 그의 눈주위는

금방 이라도 눈물을 흘릴것처럼 벌겋게 상기되었다.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다시 조문실에 들러 상주들 맞은편에 빙둘러 앉아

짧은 연도를 가족들과 같이 바쳤는데  슬픔이 복받치는지 양베드로형제님은

연신 눈물을 훔쳤고 큰사위분은 고개를 떨군채 눈물지었고  따님과 며느님들은 

크게 흐느껴 울었다 .

밤이 매우 이슥한 시각에 한망자를 위해 연도를 드렸더니 웬지모를 뿌듯한

마음이 샘솟듯이 터져나오면서  천주교신자라는 것에 대한 보람마저

생기는것같았다.

조문실옆에 서있던 한할아버지는 한편으로는 신기한지 눈을 크게 뜬채

연도모습을 지켜봤고 한편으로는 흐믓한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11월16일(금)

새벽1시30분...

버스에 탑승하려는데 양베드로 부부를 비롯한 전가족이 환송을 나와

바리바리 먹을것을 챙겨주며 인사하느라 쉽사리 버스에 오를수가없었다.

"저희 아버님이 대세를 받지 않았는데도...연도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닙니다.저희가 되려 감사하죠!!!" 

박옥수운평회장님게서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버스에 탑승하자

버스는 출발했고 양베드로 가족들은 보이지않을때까지 손을 흔들며 환송했다.

세번째 좌석에 앉아 서둘러 잠을 청해려는데 최창수프란치스코 부회장님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류베드로 이리와서 한잔해!!!"

"헹님은 고참이라 한잔하고 천천히 출근해도 되지만 저는 아직도 졸병이라.."

얼굴에 코트를 뒤집어쓰고 잠을 서두르는데 맞은편 좌석의 임기수요셉기획

위원장님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최부회님장쪽으로 가는것이었다.

"저양반이 내려갈때는 안마시던데..지금은 술이 댕기는 모양이시구만!!"

버스는 쿵쿵거리며 남원외곽을 지나 쏜살같이 달렸고 잠을 억지로 청하다

자세가 불편해 깼다가 자다를 여러번  반복하니  어느덧 난곡4거리에서

신호대기하고 있었다.

"지금 몇시나 됐지??"   

핸드폰의 시계가 5시20여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늦가을이어서인지 차장밖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제법 많은 행인들이 횡당보도옆에서 하얀입김을

토해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집에 가기는 그렇고...바로 새벽미사보러 가야겠구만!!"

박옥수아삐아노 운평회장님이 다소 충혈된 눈을한채 머리와 옷을 메만지며

말을 하자 김여심요안나 자매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피곤하지만 웬지 마음은 푸근해지는 느낌을 가지며 세이브마트앞에서

하차하자 서울의 늦가을 답지않은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번쩍들게했다.

"오늘은 웬지 근무중에 졸아도 모든일이 잘될것같은 예감이

드는데....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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