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3주간 수요일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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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6-04-13 ㅣ No.3061

부활 제3주간 수요일 4/13

 

보좌 겸 노동사목 신부 생활을 하다가 본당에 나갔습니다. 첫 본당이 시골이었는데 일 년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상가 한 층을 빌려 성당으로 사용했습니다. 1년 후 조립식 경량 철골조로 성당을 짓고 나갔는데, 그야말로 허허 벌판에 성당 하나만 서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를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비거나 혹여 동창회, 피정, 연수를 하여도 꼭 성당에 무슨 일이 생겨서 되돌아 가야만 했습니다. 누가 돌아가셨다든지... 무슨 사고가 났다든지... 그래서 늘 밤 늦기 전에 성당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있다고 해서 문제가 안 생기거나 문제가 생겨도 즉시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리를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 신부 한 사람은 별개 아닌데 하느님께서 그 신부를 통해 주님의 영역을 넓히고 지키시려고 하시는가 보다!' 그러다보니 사제 개인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고, 가끔은 신자들보다 먼저 지키고 더 부족하고 나약하고 죄마저 짓는데, 주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그 못난 인간을 사제로 축성시키고 주님의 사명을 이루실 도구로 삼아주셨음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수행해야할 사제직이란 것은 정말 한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과도한 직무입니다. 그래서 '기도하지 않으면 단 한순간이라도 사제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때가 신부된지 한 10년이 된 시점이었는데, 그제서야 조금씩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사제가 되어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내려주신 말씀은 참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커다란 위로가 됩니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요한 6,38-40)

 

오늘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께서, 우리가 죽는 그 순간까지 사제로서 살고 또 사제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아울러 저와 저에게 맡겨진 이들이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 날 기꺼이 주님 나라에 나아가 용서와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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